[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중국의 사드보복과 내수침체, 통상압박, 최저임금 인상 등 메가톤급 위기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한국 자동차업계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지만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쌍용차를 제외한 4개사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다. 치솟는 인건비 부담으로 부품업계까지 연쇄 위기를 겪으며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겨야 할지도 모른다는 호소에도 노조는 귀를 닫은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에 총 4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사측은 노조의 두 차례 파업과 12일 특근 거부로 인해 총 6500여대의 차를 생산하지 못해 1300여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차 노사는 16일 24차 임단협 교섭을 연다. 사측은 이날 임단협에 대한 회사측 안이 나오지 않거나, 나온다고 하더라도 노조안과 크게 차이가 날 경우 노조는 추가적인 파업 계획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출부진으로 영업이익률이 2006년 이후 최저치인 5.5%까지 하락했다. 올해들어서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 보복 여파로 실적이 더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는 올해도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포함) 성과급 지급, 완전한 주간연속 2교대제(8시간+8시간 근무) 시행, 정년 연장(현 60세에서 연금 지급 시기까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룬 르노삼성도 올해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0~11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90% 찬성으로 가결됐다. 오는 18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중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파업을 할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추게 된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금 15만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기아자동차 노조는 파업을 유보하고 오는 21일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기아차는 패소시 최대 3조원을 부담해야하는 통상임금 1심 선고가 당초 17일에서 한차례 연기됐다. 소송 결과와 현대차 파업 진행상황을 보며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철수설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GM은 이미 지난달 17일 1, 2조로 나눠 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였다. 지난달 24일 사측과 18차 교섭을 끝으로 무기한 정회를 선언한 상태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유일하게 임금 협상 타결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