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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1일 원·달러 환율은 1150원대로 저점을 낮추며 한국시간으로 이날 밤 나오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대기하는 모습을 나타낼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달러화는 날개를 달았다. 재정확대, 감세 등을 핵심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약 덕분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곧장 100을 돌파하며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갈아치웠다.
그랬던 달러인덱스가 간밤 99.54로 1%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의 기대와 달리 보호무역 정책을 우선순위로 삼고 더욱 박차를 가하면서다.
간밤 트럼프 대통령은 제약업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수년간 중국과 일본은 (자국 통화가치의) 평가절하(devaluation)로 시장을 갖고 놀지만 우리는 바보들처럼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는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유도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봤다는 얘기다.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로존도 미국의 환율조작 관련 화살을 피해가진 못했다.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장은 유로화가 평가절하돼 있다고 판단하며 “특히 독일이 저평가된 유로화를 이용해 미국과 유럽연합(EU) 안에서 혜택을 받고 있다”고 했다.
다른 통화가치에 대한 잇따른 지적은 보호무역 정책에 달러화 가치 절하가 포함돼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밤새 발표된 경제지표 역시 달러화에는 불리했다. 1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111.8로 전월은 물론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대선 직후 치솟았던 기대심리가 차츰 사그라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1월 시카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유로존은 지난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7%로 같은 기간 1.6% 늘어난 미국보다 성장률이 더 높았다. 유로존의 물가 흐름도 견조했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1.8%로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유로·달러 환율은 유로당 1.080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1달러=1유로 패리티(parity)’에서 멀어졌다.
달러화가 약해지며 역외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원화는 강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1개월물의 최종 호가는 1152.00원으로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0.35원)를 고려하면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의 현물환 종가 1162.10원 대비 9.75원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