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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아이돌보미 서비스는 경단여성 대책이자 일자리 대책"

최훈길 기자I 2015.07.21 06:30:00

취임 1주년 맞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아이돌보미 서비스 이용 경험 바탕으로 애로사항 개선
광복 70주년 위안부 기록물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워킹맘’으로서 경험이 여가부 정책 수립 및 추진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사진=이데일리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5월 말에 출산하고 다음달 5일 국회 개원식에 출석했다. 꽤 힘들었다. 여가부 정책을 추진할 때 그런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김희정(사진·44) 여성가족부 장관은 일곱살 딸과 네살 아들을 키우는 엄마다. 취임 1년을 맞은 김 장관은 그동안 일·가정 양립, 양성평등, 경력단절여성 재고용에 주력해 왔다. ‘워킹맘’으로서 겪어온 호된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김 장관이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중요시 하는 것도 아이를 키우며 일하는 엄마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0일 이데일리 TV 스튜디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경단여성 재고용과 일·가정 양립에 있어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은 사업”이라며 “사업 예산 확보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데 쉽지가 않다”고 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여가부 주력 사업 중 하나다. 만 12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각 센터에서 관리하는 돌보미들이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 아이들을 돌보는 서비스다. 작년 기준으로 5만 4362명(시간제 4만 9989명)이 이용하고 있고 서비스 평가에서 88점을 받을 정도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때문에 대기수요가 넘쳐나지만 예산이 부족해 서비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과후 학교 등과 같이 학교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정부 내에서 예산 확대에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고 한다.

김 장관은 “시설에서의 육아 지원과 가정 내 육아는 또 다른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학교와 유치원에서 돌아온 아이들을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겨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진정한 경단여성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 지난 1년간 가장 기억나는 성과는?

△대표 발의한 ‘학교 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 ‘학교 밖 청소년’이 36만명에 달하는데 그동안은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없었다. 하지만 법 시행에 따라 학교 밖 청소년들의 구직이나 학업복귀를 돕는 지원센터 ‘꿈드림’이 연내에 전국 200개소로 확대된다. 이달 초에는 멘토단도 꾸렸다. 이제는 ‘학교 밖 청소년’이 성인이 될 때까지 국가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 경력단절여성 지원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우선 경력단절이 없어야 한다. 가족친화 정책을 기업이 얼마나 제대로 시행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가족친화인증제에 따라 현재 956개 기업·기관이 가족친화인증을 받았다. 이 인증을 받은 곳에 다니시는 분들은 경력유지 측면에서 나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경력단절 되신 분들이 있다. 재도전하려고 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방문하면 된다. 이곳에서 상담, 맞춤형 교육, 구인·구직, 모니터링까지 맡고 있다.

- 장관의 일·가정 양립은 어떤가?

△시간이 부족하다. 출산하고 7일 뒤부터 일했다. 첫째 아이는 친정어머니가 돌봐주셨지만, 둘째 아이는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했다. 실제로 이용해 보면서 겪었던 애로사항을 개선했다. 영아 돌보미 기간을 생후 12개월에서 24개월로 늘렸다. 대기 시스템을 도입해 대기 시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제가 겪었던 애로사항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

- 일·가정 양립 관련해 소개하고 싶은 사례가 있다면?

△자동육아휴직제, 자동단축근무제를 하는 회사가 있다. 아이를 낳으면 육아휴직을 하는 게 의무고, 육아휴직을 하지 않으려면 신청을 해야 한다. 당연히 육아휴직 비율이 월등히 높아졌다.

작년에는 여가부에서 기업들로부터 일·가정 양립 사례 공모를 받았는데, 올해는 기업들이 스스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양성평등주간 기념식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브리핑을 할 정도로 기업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 남성 육아휴직은 여전히 어렵지 않나?

△여성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분위기가 되면 여성도 이 제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남성의 육아휴직이 굉장히 중요한 이유다. 육아휴직 제도를 다양하게 만들어 기업 상황에 맞게 남성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달간 통상임금의 100%를 주는 ‘아빠의 달’ 육아휴직을 도입했다. 사업주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할 경우 지원되던 지원금이 중소기업 30만원, 대기업 20만원ㅇ로 인상됐다.

- 이달부터 ‘양성평등기본법’이 시행돼 제도적으로 양성평등이 본격화됐다.

△여성발전기본법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의 권익 향상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는 양성이 윈윈(win-win)하며 발전하는 게 포인트다. 친가, 외가 관련 휴가기간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제는 구분 없이 바로 잡는 것도 양성평등 취지다. 우리 생활 속에서 성별 고정관념, 차별, 불평등이 있어선 안 된다.

- 올해 설립한 양육비이행관리원에 하루 상담건수가 200건을 넘을 정도로 상담이 폭주한다고 들었다.

△한부모 가족은 생계가 힘들다 보니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가 생긴다. 양육을 하지 않는 배우자의 주소도 모를 정도로 연락이 끊긴 경우도 있었다. 부부는 헤어지더라도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함께 양육할 책임이 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비양육 부모가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상담부터 합의, 소송, 채권추심, 사후이행 모니터링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은 아이를 위한 기관이다.

- 다문화 가정에 대한 지원책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들었다.

△다문화 가정 지원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은 결혼해 이주해 온 여성들의 한국어 교육 등 적응방안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는 그들 가족을 맞아들이고 함께 어울려 사는 교육이 필요한 때다. 다문화 가족의 청소년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고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위안부 정책 관련해 여가부가 할 일이 많다.

△일대일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정부 등록, 생활안정 자금 및 병원 진료 지원을 하고 있다. 위안부 기록물 관련 정부 백서를 만들고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국제적으로 기록을 남겨 일본이 역사적 사실을 인정, 사죄하고 이를 후세대에 남겨 재발을 방지하는 취지다. 일본의 가해 및 위안부 피해기록을 비롯해 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것은 전 세계가 공유해야 할 유산이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다음 달에는 전시 성폭력 근절을 위한 국제심포지엄, 평화나눔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 여가부를 놓고 긍정·부정적 정서가 나뉘는데, 당부하고 싶은 점은?

△여가부는 누구나 살면서 한 번은 기댈 수 있는 부처다. 결혼, 출산, 육아, 재취업 등 누구나 겪는 삶의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는 부처다. 여가부는 규제를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가족·양성의 가치를 함께 하는 곳이다. 이런 가치에 대한 고민에 대해 많은 제안을 해줬으면 한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새누리당 국회의원(재선·부산 연제)을 겸직 중이다. 1971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 대명여고를 거쳐 1994년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33세 나이로 17대 총선(부산 연제)에서 당선돼 의정 활동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한국인터넷진흥원 초대 원장, 2010년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19대 총선에서 재선됐다. 2012년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정책위 부의장 겸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국회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 간사 및 법안소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7월 여가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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