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략포럼2013에 부쳐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은 인류사의 기념비적 건축물이다. 티투스 황제 때인 서기(A.D.) 80년에 준공된 이 명물은 높이 48m, 둘레 500m에 이르는 웅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콜로세움에 새삼 주목하는 이유는 3층의 구조를 받치고 있는 아치 형태에 있다. 따로 떨어진 돌을 연결하는 아치기술의 발전은 천정과 다리, 수로의 발전으로 이어져 서양문명의 근간이 됐다.
아치형 구조에서 한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중심돌을 키스톤(Keystone)이라 부른다. 키스톤은 건축물의 한 중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며 다른 구조물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만든다. 이런 점을 착안해 학자들은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키스톤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상징되는 ICT기술의 발전과 융복합화로 인해 변화된 기업환경을 기업생태계라고 부르고 있다. 자연생태계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슬모양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기업생태계에서도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변화된 기업환경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환경이 기업생태계로 변하면서 아무리 큰 세계적인 대기업일지라도 단일 기업이 종전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형성해 대응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기업의 경쟁력은 협력 중소기업들과 얼마나 강력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생태계에서 키스톤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면 가치창출(value creation)과 성과공유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과 번영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키스톤전략을 우리의 현실에 맞도록 적용해 보면 동반성장의 구체적 실천이 된다. 동반성장은 변화된 기업생태계에서 기업간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먼저 스마트 리더가 돼야 한다.
기업생태계에 알맞은 스마트 리더는 납품단가 가격경쟁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네트워킹을 통한 품질에 대한 협력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협력중소기업의 태도변화도 중요하다. 협력업체는 더 이상 지원의 대상이 아니라 역량있는 파트너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동반성장을 위한 키스톤은 따뜻한 온기와 응집력을 지닌 중심돌이 돼야 한다. 그래서 주로 화강암(granite)을 쓴다. 중심에 위치한 키스톤이 단지 역학적인 구조물의 중심이 아니라 계절에 관계없이 건축물에 온기를 전하고 응집력을 유지한다. 동반성장을 위한 키스톤은 따라서 나눔과 온기를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
기업생태계에서 동반성장의 역할은 다양한 산업에서 온기와 응집력을 지닌 키스톤을 발굴하고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주변 돌들과 조화롭게 상생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아치 형태가 없는 콜로세움이 존재할 수 없듯이 동반성장을 배제한 산업계의 발전동력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우리민족의 DNA에는 이러한 조화, 상생, 홍익, 두레, 품앗이 등의 정신문화가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동반성장은 시대의 요구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 선도할 수 있는 향후 세계경제 발전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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