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1월 20일자 37면에 게재됐습니다. |
|
[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언제부턴가 우리가락이 젊어졌다.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고리타분한 국악이 아니다. 젊은 연주자들이 대거 나서 젊어진 감각으로 젊은 흥취를 전한 덕분이다.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 우리장단을 빠뜨릴 수 없는 이유는 더욱 단단해졌다. 고여 있던 액운을 물리고 청명한 기운을 몰고 오는 젊은 감성을 강하게 받을 수 있어서다.
설날이다. 그래도 한 해 중 우리 것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명절이다. 올해는 국립중앙박물관, 서울남산국악당, 국립국악원이 이 분위기를 돋운다. 획일적이지 않은 다양한 공연으로 골라보는 재미까지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전통음악이란 기본틀 위에 창작과 퓨전을 올리고 춤사위까지 곁들인다.
현대적 감각이 빚은 전통의 깊은 맛
박물관이 국악 한마당을 펼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12 설날 한마당`이다. `유물`이나 `국악` 같은 단어가 풍기는 지루함 따윈 없다. 현대적 감각으로 다진 전통무대이기 때문. 창작 가야금 음악의 창시자인 황병기의 해설로 꾸리는 공연은 모두 다섯 마당으로 이뤄진다.
|
첫 무대는 `토리 앙상블`이 연다. 2007년 뉴욕에서 출발,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온 국악그룹이다. 거문고·대금·장고·피리로 `대취타`를 재해석해 들려준다. 이어 중요무형문화재 정재국이 피리독주로 `헌천수`를, 현대 가야금 음악의 지평을 넓혀온 지애리가 가야금독주로 `춘설`을 연주한다. 이어 그룹 `바람곶`의 예술감독 원일이 현대음악으로 재탄생시킨 피리독주 `간`을 들려주고, 한국음악 프로젝트 그룹 `비빙`은 궁중음악과 불교음악을 맛볼 수 있게 한다.
공연은 무료. 대신 선착순으로 입장객을 받는다. 2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대강당. 02-2077-9000.
퓨전으로 즐기는 `아리랑` 잔치
서울남산국악당은 `새해 희망 콘서트`로 새해 새 기운을 북돋운다. `신년 아리랑`이다. 소리꾼 김용우와 사물놀이팀이 나서 다양한 아리랑을 변주한다.
|
김용우는 우리 민요를 클래식·재즈·아카펠라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시켜온 대표적 소리꾼. 이번 콘서트에선 본조아리랑, 자진아리, 새 아리랑, 진도사람아리랑, 긴 아리랑, 정선엮음자진아리랑 등 우리 역사와 지역 특색을 살린 아리랑을 두루 뽑아낸다. 여기에 전통과 퓨전을 접목한 민요들을 레퍼토리로 곁들인다. 회심곡, 창부타령, 사설난봉가, 비무장지대+통일아리랑, 장타령, 옹헤야 등이다.
공연장 밖에선 사물놀이팀이 이끄는 신명나는 길놀이와 사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제기차기, 떡메치기, 팽이돌리기 등 세시풍속놀이까지 곁들인다. 공연은 전석 1000원, 사물놀이와 풍속놀이는 무료다. 23일과 24일 사물놀이는 오후 1시40분, 공연은 오후 3시 서울 필동 서울남산국악당. 02-2261-0515.
이자람과 200명 단원이 나서 `액맥이`
`미르(龍)해의 새 아침`을 여는 곳은 국립국악원이다. 묵은해의 액운을 씻는다는 `벽사-나쁜 기운을 물리치고`와 한 해 동안 좋은 일을 기원한다는 `진경-경사를 맞이한다`는 두 주제로 나눠 프로그램을 띄운다.
|
국립국악원 가족들이 총출동한다. 정악단·민속악단·무용단·창작악단 단원 200여명이 나서고, 여기에 연희컴퍼니 유희와 젊은 소리꾼 이자람이 힘을 보태 판을 키운다. 액살풀이, 처용무, 진도북춤, 창작연희, 판놀음 등을 선물세트처럼 선뵈는 공연의 진행은 이자람이 맡는다.
먼저 `액맥이타령`을 시작으로 궁중무용 `처용`, 남도잡가 `보렴` 등을 민속악단과 무용단이 펼쳐 보인다. 이어 가야금독주 `춘설`과 남자무용수들의 `북춤`, 이자람의 판소리 `사철가`와 풍물놀이를 재구성한 연희컴퍼니 유희의 `원풀이` 등이 흥을 부추긴다.
전석 1만원이다. 23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 02-580-3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