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은행을 중심으로 콜시장이 형성된 미국이나 유럽 등과 달리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콜시장의 주된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한 곳만 삐끗해도 콜시장이 무너져 금융시장 전체가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다. 물론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일본이 1920년대 후반 콜시장의 지급불능사태를 맞았던 경험이 손으로 꼽으라면 꼽을 정도다.
하지만 이는 콜시장이 완벽해서라기보다는 최종대부자인 중앙은행이 뒤에 버티고 있던 영향이 크다. 한국만해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콜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을 위해 한국은행이 증권금융을 경유해 대규모 자금을 지원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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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시장, 숨은 뇌관은
한은에 따르면, 지난 2월중 국내 콜거래액은 510조원으로 하루 평균 거래규모가 27조원에 달한다. 월중 콜거래액은 신용위험이 고조된 지난해 3월 228조원으로 급감했으나 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지난해 12월에는 1년5개월만에 600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들에게 돈을 대주는(콜론) 가장 큰 손은 자산운용사다. 자산운용사는 MMF 등으로 들어온 돈을 콜시장에 풀어놓는다. 현재 콜론의 절반을 자산운용사가, 그 뒤를 국내은행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는 고객의 자금인출 요구에 대비해 적정수준의 돈을 쌓아둘 의무, 곧 지준예치 의무가 없다. 예를 들어 고객들이 환매를 요구하면 자산운용사는 콜론을 회수해 이에 응해야하는데, 돈을 빌려간 증권사에서 이를 갚지 못하면 증권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까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은행도 심각한 문제에 처하게 된다. 은행은 콜시장의 가장 큰 차입자이자 공급자다. 증권사 등 거래상대방이 돈을 갚지 못하면 이 은행이 다른 곳에서 빌려온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어느 한쪽의 위기가 급속히 다른 금융기관으로 옮겨가 금융시스템 전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콜시장에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제외하려고 했던 것도 이러한 시스템 리스크를 사전에 막기 위한 목적이 크다.
◇ 왜곡되는 자금시장..담보있어도 RP금리 더 높아
환매조건부증권(RP) 시장은 담보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지만 너나없이 콜시장에 의존하고 있기에 외면을 받는 형편이다. 국내 RP거래잔액은 지난 1월말 85조원으로 이 가운데 기관간 거래는 15~20% 정도에 불과하다. 선진국 RP시장이 기관간 매매로 이뤄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RP시장 왜곡현상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금리다. 증권사들이 RP시장을 이용해 하루짜리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는 2.15~2.20%로 콜을 빌릴 때보다 0.05~0.10%포인트를 더 줘야한다. 똑같은 만기에다 국채나 통안채 등 담보까지 있음에도 더 높은 금리를 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
주로 제2금융권이 RP시장을 이용하다보니 거래상대방 리스크를 반영해 RP금리가 콜보다 높다는 얘기가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용대출 금리가 담보대출 금리보다 높듯 콜금리가 RP금리보다 높아야 정상인데, 정반대의 현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자금중개회사 관계자는 "담보가 있는 거래라 콜보다 금리가 낮아야 정상이지만, 아직 초기단계라 시장형성 차원에서 자금을 공급하는(RP매입) 쪽에 인센티브를 얹어주다보니 이런 일이 나타난 것"이라며 "그렇지만 지금 RP금리는 약간 인위적인 부분이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 총론엔 공감..이해관계 조율 `관건`
단기자금시장 참가자들도 RP시장 활성화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많지 않다.
은행은 편하게 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번거롭게 담보를 맡기는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자산운용사들은 RP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은 마당에 콜시장에서 배제되면 여윳돈을 콜금리보다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은행계정대(은대계정)에 넣어둬야해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또한 RP거래를 하려면 담보채권 보유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게다가 지금처럼 담보를 제공해도 콜시장보다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하는 상황에선 RP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유인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국 자금시장 개편의 성공 여부는 기관들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무리없이 조정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기관들이 지금의 안락함을 포기하는 대신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당국이 설득력있게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처럼 콜시장도 존재하고 RP시장도 발전해야는데, 우리는 RP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 콜시장으로 뛰어들다보니 밖에서 볼때 한국은 신용 콜시장에 편중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이대로 내버려두는 것보다 (당국이) 나중을 생각해 미리 대책을 내놓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