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의 섬 세개를 도는 비용… 1500원

조선일보 기자I 2009.04.30 12:00:01

[우리동네 수퍼 버스] ―사천 삼포교통 25번

[조선일보 제공] 버스는 경남 사천시 삼천포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 지 약 10분 만에 바닷길로 들어선다. '차창 액자' 속에 수채화 같은 한려수도가 넘실넘실 펼쳐진다. 좌우로 크고 작은 섬들과 초록 빨강 노랑 등등 색색 등대가 떠 있는 남해 바다 풍경의 절정을 편도 1500원짜리 버스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게 신이 난다. 상추, 고추, 떡 봉지를 든 주민들은 서울 사람 한강 바라보는 듯 심드렁한 표정이다.

삼포교통 25번 버스는 '한려수도 버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사천시 삼천포에서 남해군 창선면까지 3번 국도를 따라 가는 버스는 삼천포대교·초양대교·늑도대교·창선대교 다리 네 개를 차례로 지나며 작은 섬들을 점프하듯 '찍고' 지나간다.

사이사이 잔재미도 쏠쏠하다. '등산 본능'이 꿈틀댄다면 상신마을이나 상신마을 앞 정류장에서 내려 남해시 창선면 대방산(해발 468m)에 올랐다 내려와도 좋겠다. 눈에 잘 띄는 '운대암 입구'로 들어서서 2㎞ 정도 걷다 보면 운대암 가기 전 왼쪽에 등산 안내도가 나온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 좀 거친 듯하지만 정상서 동쪽으로 바라다보이는 남해 바다 풍경이 땀방울을 씻어준다.

바다와 다리와 촘촘히 떠 있는 섬을 한눈에 넣고 싶으면 사천시 각산 위 전망대가 제격이다. 사천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과 가까운 사천시 문화예술회관 뒤에서 등산로가 시작된다. 사천 시민의 산책로 격인 길이라 다니는 사람도 많고 길도 깔끔하다. 약 40분이면 닿는 정상 부근 전망대는 25번 버스가 지나다니는 세 개의 다리와 그 사이 섬들이 선명하게 발 아래 내려다 보인다.

아이와 함께라면 냉천 정류장 부근 갯벌 체험 기회를 놓치기 아깝다. 이 지역서 많이 잡히는 해산물은 '쏙'(갯가재)인데 된장 푼 물을 '쏙 구멍'에 부어 긴 나무막대로 쑤신 다음 쏙 다리를 뽑아내는 독특한 과정이 그냥 조개 캐는 갯벌 체험과 다른 재미를 선물한다. 입장료 초등학교 미만 2000원, 초·중·고등학교생 3000원, 어른 5000원. '쏙붓대(나무 막대)' 대여료 및 된장은 각각 1000원. 문의 냉천갯벌체험장 (055)867-5220, www. getbeol.com

배는 출출한데 회 먹기는 부담스러울 땐 창선대교 건너 단항과 냉천 정류장 사이에 있는 '욕심내지 않기'(055-867-6253) 식당서 파전(1만원) 한판에 칼국수 한 그릇(5000원)으로 뚝딱 배 채우고 가면 된다. 갯벌에 바짝 붙은 휴게소 겸 식당은 통유리에 가까운 넓은 창 바로 아래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 광경이 내다 보인다. 운전할 걱정 없으니 흥에 겨워 막걸리 한잔 곁들인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겠다.


▶ 관련기사 ◀
☞여름엔 절대 모른다 이 섬의 숨은 매력
☞연화봉에 오르니 바다가 숨쉰다, 용이 들썩인다
☞바다는 산을 붙잡고… 산은 사람을 껴안고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