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지난해 2000선을 돌파하며 신시대 개막을 축원했던 코스피는 올 한해 장중 한 때 800선까지 떨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맛봐야 했다.
◇주가지수 반토막..증시 시총 400조 허공에
코스피 지수 3000을 만들겠다던 대통령의 다짐도 글로벌 금융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올해 초 1891.45로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지난 주말 1180.97까지 내려갔다.
5월 중순경 1900선을 다시 밟아보기도 했지만 이것이 베어마켓 랠리의 마지막 정점이었음을 깨달은 건 한참 뒤였다. 이후 코스피는 내리 하강곡선을 그렸다.
전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그나마 통신과 전기가스 등 이른바 경기방어주라 불리는 업종들은 코스피 하락률 대비 선전했다. 통신업종은 -19.34%, 전기가스업종은 -33.14%로 코스피 수익률 -46.07%(전년말 기준)를 하회했다.
하지만 건설과 기계, 그리고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 등은 하락률이 무려 60%가 달하면서 지난해 주도주 체면을 구겼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속설을 증명해 보인 것.
코스닥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700선 초반에서 올해 거래를 시작했던 코스닥은 지난 주말 기준 342.45까지 떨어졌다. 정확히 반토막이 난 셈이다.
930조원이었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606조원으로 300조원 이상이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코스닥은 100조원이 넘었던 시가총액이 47조원이 돼버렸다. 대장주 NHN의 코스피 이전도 아쉬운 한 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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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장세에 거래량 급증..개미들 몰려
금융위기는 지난 9월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에서 절정을 이뤘다. 미국내 4대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결정으로 가뜩이나 신용경색 몸살을 앓았던 글로벌 증시는 치명타를 맞았다.
하락세가 가팔라지면서 변동성도 급증했다. 40~50%선에서 맴돌던 옵션시장의 대표내재변동성은 100%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국내증시에서는 1년에 두 어차례 나올까 말까하던 `사이드카`가 거의 매일 발동되다시피 했다.
사이드카는 강만수 재정부 장관의 전용차라든가, 올 증시를 대표하는 사자성어가 바로 사이드카라는 식의 농담이 주식시장에서 회자됐다.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변동성까지 커지자 펀드에만 목 매고 있던 개인 투자자들이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됐다. 증시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80%를 넘는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
선물시장에서는 이른바 `슈퍼메기`로 불리는 작전세력까지 등장했다. 물론 외국인의 끊임없는 매도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보인 것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올 한해 35조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한 코스피 시장의 빈틈을 메운 건 그동안 변동성 장세의 희생자였던 개미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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