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은 이념적으로는 보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이미지는 갈린다. ‘여당내 야당’, ‘원칙과 소신이 있는 정치인’이 좋은 쪽이라면, ‘반대를 위한 반대’ ‘한나라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의원’ 등은 그를 싫어하는 쪽의 평들이다. 진보성향 중에서 그의 팬이 있는가 하면, 보수쪽에서도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다. 정작 원 의원은 ‘개혁적 보수’를 표방한다.
원 의원은 명석하다. 공부만 놓고 보면 천재과다. 82년 학력고사 전국수석, 이후 운동권 생활 8년을 거친 후 사법고시 전국수석 등이 대중에게 각인된 그의 이력이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는 책상물림형은 아니다. 그의 대학시절 삶의 방식이 이를 웅변한다.
왜 원희룡 의원을 세 번째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했을까.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유력 정치인 일수록 그렇다. 대권에 뜻이 있는 전국적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을 뽑았을 때 국민이 고생한다. 검증할 수만 있다면 검증해보자. 이것이 이번 인터뷰의 목적이었다. 마침 원희룡 의원실에서 ‘선비문화를 찾아서’라는 대학생 문화탐방을 기획하고 있었다. 정치인 원희룡의 화장하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원 의원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기자에게는 이런 의도도 있었다. 대통령 선거를 할 때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이 사람이다’ 또는 ‘아니다’ 식의 확신을 갖고 투표해보고 싶다.
인터뷰는 4차례에 걸쳐서 진행됐다. 경주로 가는 차안에서, 경주의 숙소였던 수오재에서, 다시 안동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원 의원 보좌관의 눈총을 받아가며(의원님 피곤한데 자꾸 인터뷰 한다고) 완성된 이 인터뷰는 인간 원희룡과 지냈던 1박2일간의 기록임과 동시에 정치인 원희룡의 ‘쌩얼’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한 시간순서와는 상관없이 인터뷰를 정리했음을 밝혀둔다.
-교육문제서부터 시작하자. 양천구가 지역구인데, 양천구도 교육특구중 하나다. 양천구 학부모들 사이에선 원 의원이 자녀교육에서의 벤치마킹 모델이라고 하던데.
"뭐 그런 것은 아니고. 다만 요즘 우리 아이들 학력저하라는 시각에 대해선 아니라고 본다. 우리가 자랐던 때는 가난했던 세대고 수도권 집중이 덜했던 시대다. 내가 대학다닐 때는 대학진학률이 40%였는데 지금은 82% 정도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보니까 환경이 달라졌다. 요즘은 풍요의 시대다. 올림픽 메달도 권투나 레슬링 같은 종목이 아니라 수영 역도 같은 웰빙종목에서 나오지 않나. 아이들 학력 수준은 오히려 지금이 높다. 상위권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외국대학에 가서 바로 공부하는 시대다. 옛날엔 그렇지 못했다. 물론 사교육 도움을 받아서 스스로 학습 능력은 좀 떨어졌을지 모르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아이들에 대한 자극이나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는 많이 발전했다. 의대나 법대에 인재들이 몰리면서 공대생들한테 미적분을 새로 가르쳐야 한다는 푸념이 나오는데, 그건 인재배분의 파행적인 문제일 뿐, 학력저하는 아니다"
-현행 교육제도나 대학입시제도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현행 입시제도는 1점으로 서열화를 시키니까. 사실 상위권이면 점수 1점 차이는 미세한 차이일 뿐이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이미 고교 교과과정을 마스터 했는데 수능에서 한 문제 안 틀리려고 3년 내내 그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대학의 평가방식을 신뢰하지 못하고 대학도 값싸고 편한 선발제도를 선호한다. 시험보는 게 가장 편한 평가 아닌가. 그러니까 교육이 왜곡되고 학생들이 희생된다. 대학들이 비용과 노력 많이 들더라도 보다 선진적인 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요는 우수한 학생들 발목 잡지 말고 맘껏 경쟁하도록 해주고, 처지는 학생들은 끌어올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 입시서열화로 인생을 서열화 시키는 폐습 없애야 한다. 일렬 종대를 횡대로 바꿔야 교육의 경쟁력이 산다"
-현 정부 들어서 영어 몰입교육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는데.
"영어몰입교육은 섣부른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인수위의 대표적인 헛발질이었지. 다만 영어교육은 중요한데 영어도 자격시험으로 만들어서 초등학교 때 통과하든, 고등학교 때 통과하든 기준만 넘으면 대학입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낫다. 지금의 문과 이과 구분도 과거 산업화시대의 구분이다. 21세기와는 안맞다. 문학 사회 철학 같은 인문과학적 소양들을 오히려 자연과학하는 인재들이 배워야 한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투표했는가. 한나라당이 공정택 교육감 후보를 지지했는데, 공 교육감의 공약에 대해선 지지하는가.
"투표 했다. 공정택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번 선거가 전교조 대 반전교조 구도로 진행됐다는 점 때문에 그랬다. 전교조가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고 이익단체화하면서 교원평가제를 대안 없이 반대한다든지 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건 학부모들이 바라는 것과 동떨어진 방향이다. 학교를 그런 식으로 정치실험의 장으로 만들어선 곤란하다. 그렇지만 공 교육감의 정책을 다 지지하는 건 아니다. 특히 자사고 100개 만들겠다는 식의 정책은 안된다. 학교 간 경쟁을 붙이는 것에 대해선 반대 안한다. 그렇다고 자사고 100개, 이런 식으로 가면, 자사고 못가는 학생들은 이미 경쟁에서 탈락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국제중도 마찬가지다. 대학을 일렬종대로 서열화하는 것을 풀어주면서 고등학교 중학교를 다양화해야지, 그걸 확보하지 못한 채 자사고라는 명문고와 일반고라는 비명문고로 서열화하면 곤란하다. 선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질 높은 고등학교를 많이 세우겠다는 것은 전적으로 찬성한다. 그러나 그 전제는 입시제도의 전면적 개혁이다. 학생들을 한 줄로 세운 상황에서 로열코스를 만드는 방식이라면 가뜩이나 문제 많은 초중등 교육을 더욱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
-맏이가 중3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외고에 진학시킬 생각이 있나.
"본인은 외고에 가겠다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외고에 가느냐 못가느냐에 목숨 거는 것보다는 관련 제도를 다양하게 열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관심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큰 애가 외고 가겠다는 것을 막을 생각도 없지만 일반고 간다고 해서 경쟁에서 낙오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 2편에 인터뷰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