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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농산물시장 "1년안에 위기온다"

김국헌 기자I 2008.02.18 10:08:12

식품가격 상승률, 인플레 추월..전년 5% 올라
전문가 "1년내 위기 올 수 있다"..금융街도 우려
중동-美 `비효율 투자`…자원戰으로 비화가능성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월가는 미국 채권보증업체의 신용등급 강등이 금융시장 하락세를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보다 더 큰 상승폭을 기록하고 있는 상품시장에는 그만큼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월가 일부 투자은행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상품가격 특히 농산품 가격의 급등세다.

월가 주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은 채권보증사의 신용등급 강등 문제가 아니라 식품 가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음식값 오름세가 인플레이션을 추월했고, 정부와 업계 그리고 국가간 긴장감을 높여 분쟁 소지가 다분하다고 외신은 강조했다.

◇인플레보다 높은 식품값 상승률..`1년내 위기`

음식값이 싼 것으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식품 가격 상승세가 인플레이션을 추월해, 1년 내에 위기 상황으로 심화 될 것으로 우려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식품 가격은 전년 대비 5% 상승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약 4%인 점을 감안하면, 식품값 상승세가 인플레이션보다 높았던 것.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추세가 올해엔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1년이나 1년 반 안에 많은 상품 분야에서 위기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특히 농산물이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농무부는 같은 날 지난해 농작물 가격이 전년 대비 33% 상승했다고 밝혔다. 과일과 견과류는 5.2% 오른 반면에, 곡물은 41%나 뛰었다. 특히 옥수수 가격은 62% 급등했고, 대두값도 31% 올랐다. 지난 1월에는 고급 밀 가격이 90% 뛰었다. 
 
식품업체들이 급등세가 계속될 것으로 우려해 사재기를 한 데다 투기 수요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美와 중동간 `자원戰` 시나리오 대두

농작물 가격이 치솟자 정부와 업계, 미국과 중동 사이에 긴장이 높아졌다.

미국 식품 제조업체들은 곡물가 급등을 견디다 못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곡물 생산량을 늘리고, 수출을 줄이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1월 미국 식품 대기업 크래프트 푸즈와 켈로그의 4분기 순이익이 곡물가 급등으로 감소했다고 두 업체는 밝혔다.

미국 정부가 업계의 요구로 밀 수출 물량을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는 밀 수급이 얼마나 빡빡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또 주변 밀 수입국으로선 업계의 수출 규제 요구가 적지 않은 부담이다.

같은 선상에서 원유를 가진 중동과 세계 최대 농작물 생산국 미국 사이에 자원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과 중동은 상대방의 자원 투자를 규제하고 있는 상황.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이 충분한 원유를 공급받기 위해 리야드에 팀을 보내듯이, 자국도 안정적인 곡물 공급을 위해 미국 위스콘신의 농장을 낚아채야 한다고 말해왔다.

또 사우디 아라비아는 최근에 해수를 농업용수로 바꿔 사막에 밀을 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옥수수로 원유를 대체할 연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원유를 사는 것보다 비용 낭비가 심하다.

FT는 사우디 아라비아가 농작물을 재배하는 비용과 미국이 대체 에너지를 개발하는 비용을 낭비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자원 배분 왜곡이 세계 경제를 비효율적으로 만들어, 에너지와 자원 가격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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