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부문에서도 화석연료의 비중은 크다. 2025년 원자력이 30%대 초반으로 최대 발전원 자리를 지킨 가운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각각 30%에 조금 못 미쳤으며, 신재생에너지는 11%대를 기록했다. 전기를 생산하는 데도 여전히 화석연료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공급만으로는 안정적인 수급과 가격 경쟁력, 온실가스 감축을 함께 확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국제 연료 가격 변동에 대한 충격을 줄이고 에너지 공급 기반을 넓히려면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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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소비와 생산 구조를 함께 바꿔야 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화석연료를 태워 얻던 열과 동력을 전기로 대체하는 전기화가 필요하다. 산업 현장의 보일러와 가열로, 건물의 난방, 도로 위의 내연기관을 전기 설비와 히트펌프, 전기차 등으로 바꾸는 과정이다.
생산 측면에서는 그 전기를 만드는 발전원의 무탄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전기화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이려면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의 배출도 함께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환 과정에서 안정적인 공급과 경제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무탄소 전원을 확대하면서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발전설비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설비와 운영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탄소 전원들이 넘어야 할 문턱은 비교적 분명하다. 재생에너지는 발전량의 변동성을 흡수할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저장장치와 백업 설비, 계통 보강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 비용까지 고려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원자력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차세대 원전의 경제성 확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작년 고준위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실제 부지 확보와 지역 수용성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문턱들을 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필요한 기반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채 무탄소 전원을 급격히 늘리면 전력 공급 비용이 커져 전기요금 인상과 국민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떤 전원을 얼마나 늘릴지와 함께 어떤 속도로 전환할지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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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전환 속도를 늦추는 대안에 비용과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석탄화력은 연료비 측면에서 이점이 있더라도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에 따라 탄소배출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LNG 복합화력은 안정성과 유연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지만, 여전히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수입 연료의 국제 가격 변동에도 노출된다. 무탄소 전환의 비용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유지하는 데 따르는 비용도 함께 따져야 한다.
발전설비의 긴 운영기간도 고려 대상이다. 대규모 발전 설비는 30년 안팎을 운영하면서 일정 수준의 이용률을 기록해야 경제성이 성립하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이용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화석연료 발전설비를 지금 대규모로 건설하면, 투자비를 충분히 회수하지 못하는 좌초자산이 될 위험이 크다. 당장의 공급 여건과 장기적인 전환 방향을 함께 놓고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역할도 명확히 해야 한다. 전기본은 국가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에 따라 전력 수요를 전망하고, 발전설비와 전력망을 어떻게 확충할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는 계획이다. 문제는 전기본이 따라야 할 큰 방향을 제시하는 상위 계획이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전환의 속도와 비용 분담처럼 장기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을 2년 주기의 계획에 모두 담으려 하면 같은 논의를 반복하고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중장기 에너지 정책의 큰 방향을 먼저 명확히 하고 전기본은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이행 방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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