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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구 퇴임으로 대법관 2명 공백…하급심까지 연쇄 지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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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I 2026.09.08 05: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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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 3부 대법관 2명뿐…최소 3명 심리 '미달'
대법 "결정된 바 없다"지만 사무분담 조정 불가피
김성수 청문회 통과해도 재제청 갈등은 여전
"하급심까지 연쇄 지연…국가 기능 작동 못해" 우려

[이데일리 이지은 김한영 기자] 이흥구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14명 정원의 대법원이 당분간 ‘12명 체제’로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난 3월 노태악 전 대법관 퇴임 이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법관마저 물러나며 최고법원의 인력 공백이 한층 커진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 외 실무 재판에 들어가는 소부 대법관이 10명으로 줄면서 상고심 사건 심리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 행사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 행사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부, 대법관 4명 중 2명뿐…사무분담 조정 불가피

이 대법관은 7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6년 재임 기간 동안 경험한 대법원의 가장 큰 문제로 ‘사건의 홍수’를 꼽았다. 그는 “법원 전체의 두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대법원이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너무 많은 역량이 투입되고 있는 사실심의 보완기능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대신 고등법원이 그 역할을 최종적으로 담당하고 전문성과 투명성이 강화된 항소심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관이 지적한 이같은 대법원의 구조적 한계는 당분간 대법관 2명 공백과 맞물려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이미 반 년 넘게 빈자리로 남아 있는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에 이어 이 대법관의 자리까지 더해지면서 대법관 정원 14명 가운데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재판 담당 대법관은 12명으로 줄었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곳은 대법원 3부다. 통상 대법원은 대법관 4명씩 3개부(1·2·3부)로 소부를 구성해 사건을 심리한다. 그러나 3부는 지난 7월 노경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에 취임하면서 실제 재판 업무에서 빠졌다. 이 대법관까지 퇴임하면서 오석준·이숙연 대법관 단 2명만 남게 됐다.

법원조직법상 소부가 사건을 심리하고 심판권을 행사하려면 최소 3명의 대법관이 필요하다. 현재 3부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정상적인 재판 진행이 어려운 상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사무분담을 조정해 소부를 재구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다른 소부에서 인력을 차출하더라도 업무 부담은 연쇄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흥구 대법관 퇴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이흥구 대법관 퇴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청문회 넘어도 재제청 갈등 남아…“재판 연쇄 지연” 우려

12명 체제를 해소할 첫 관문은 오는 14일 열리는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인사청문회다. 김 후보자가 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고 임명까지 이뤄진다면 이 대법관 퇴임으로 발생한 공백은 일단 해소될 전망이다.

다만 청문 과정에서는 재산과 처신 등을 둘러싼 검증이 주요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처남 소유의 서울 강남 아파트에 시세보다 낮은 조건으로 거주해왔다는 이른바 ‘강남 저가 전세’ 논란을 두고 야당의 집중 검증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김 후보자의 과거 주요 판결과 법관으로서의 성향, 사법행정 경력 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대법원과 대통령실 간 협의를 거쳐 추천된 인사인 만큼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는 한 인사청문회 절차를 통과하고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청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해 절차가 지연될 경우 대법관 2명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안갯속인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이다.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대통령실이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인선 절차가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와 관련 조 대법원장은 이날 출근길에서도 취재진의 관련 질의에 입을 닫았다.

법조계에서는 최고법원의 인력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재판 지연에 따른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 후임 인선은 임기 만료 한 달 전에 확정되는 것이 관행이었는데 현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대법관 1명이 연간 5000건 안팎을 처리하는 구조에서 대법원의 판결 지연은 상고심 결과를 기다리는 하급심 재판까지 연쇄적으로 미뤄지는 결과를 낳는다. 국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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