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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서 ‘9살도 결혼 허용’ 움직임…여성계 반발

김성진 기자I 2024.08.10 17:01:42

개정안 1차 심의 이번주 통과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이라크에서 9살짜리 소녀도 결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개정이 추진되며 논란이다.

9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의회에서 결혼과 이혼, 자녀 양육 같은 가족 문제를 종교 당국이 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 개정안이 이번주 1차 심의를 통과했다.

이라크에는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달리 여성들이 결혼을 선택할 때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제도는 없다. 그러나 1959년 도입된 개인 지위법이 18세 미만의 결혼을 금지하고 있다.

현재 가족 문제 결정권도 국가와 사법부가 부여하고 있다. 15세가 되면 결혼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지만, 판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법적 보호자의 동의를 받아 승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이같은 결정을 종교 당국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여성인권 침해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여성계에서는 9세 어린 소녀들이 강제로 결혼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아동 강간이나 다름 없다는 판단 하에 전국적인 반대 시위도 벌어지는 상황이다.

개정안에 반대하는 단체의 일원인 라야 파이크는 “만약 내 딸의 남편이 손녀를 어린 나이에 결혼시키고 싶어 한다면 이 법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개정안은 아동 강간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며 “여성들에게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여성 인권 운동자들은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5명의 여성 의원도 개정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통과를 막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라크 여성 의원인 알리아 나시프는 “안타깝지만 이 법을 지지하는 남성 의원들은 미성년자와 결혼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묻는다”고 전했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여성의 28%가 18세 전에 결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라크 여성들이 수도 바그다드에서 미성년 결혼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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