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 간호법에 이어 노란봉투법, 방송법 개정안을 두고서 여야가 하는 일은 ‘협치’가 아닌 삽질에 가깝다.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법안 처리를 강행하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돌아온 법안은 끝내 가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폐기된다.
양곡법과 간호법의 재의 표결 후 민주당 의원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나와 정부·여당의 무책임함을 질타했다. 그러나 법안이 끝내 폐기될 것이라는 건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이 강행 처리 될 때부터 예고됐던 수순이다. 그걸 두고 마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분개하는 야당 의원들의 모습은 이질적이다. 법안을 정쟁의 절벽으로 떨어뜨린 것은 한쪽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미 두 번이나 겪은 일을 야당은 또 반복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일 열릴 본회의에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을 상정하겠다고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여야가 정쟁화된 법안을 두고 공방만 이어가는 사이 대안 탐색은 희미해졌다. 앞서 민주당은 더이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의 필요성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 작업을 거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토론회나 캠페인 등이 방식이 제안됐지만 그마저도 박광온 원내지도부가 물러나며 흐지부지 넘어갔다.
법안 통과의 정답을 알고 있는 야당은 국민 설득 노력 없이 이번에도 ‘여당이 협상안을 거부했고, 강행 처리 외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앞서 얘기했듯 협치의 과정은 비효율적이고, 삐걱거림을 감수해야 한다. 야당은 이런 노력을 했나. 그렇지 않았다면 거부권으로 인한 대통령 흠집 내기를 위한 장치로 노동자들과 방송 정상화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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