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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중부 폴타바주(州) 크레멘추크시 쇼핑센터에 러시아 미사일이 떨어졌다. 당시 쇼핑센터에 100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며 “희생자 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작전 중인 Tu-22 M3 폭격기가 발사한 Kh-22 미사일 최소 1발이 쇼핑몰에 떨어졌다. 크레멘추크시는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정유시설이 있는 공업 도시로 20만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염과 연기가 치솟는 영상을 게재하면서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군에게 인간성을 바라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맹비난했다.
미트로 루닌 폴타바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어린이 2명을 포함해 40명 이상이 부상했다. 21명은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현재 구조작업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희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G7 정상회의 개막일에 맞춰 전날에도 수도 키이우와 제2도시 하르키우를 비롯해 북동부, 중부 등에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키이우에 대한 공격은 3주만에 이뤄진 것으로, G7 정상들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하는 것에 경고성 메세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의 추가적인 군사지원에 항의하는 무력시위란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G7 정상들에게 대공 무기를 포함한 더 많은 중무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키이우에 첨단 방공시스템을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익명의 한 미 국방부 관리는 “러시아가 공격을 강화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한 가지 가능성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첨단 M142 고속기동용 포병로켓 시스템(HMARS)을 제공하는 데 항의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잇단 미사일 공격에 더 많은 군사지원을 촉구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번 공격은 더 많은 무기와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7 정상들 역시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하고 무의미한 전쟁을 러시아가 끝낼 때까지 우리는 쉬지 않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자국군이 쇼핑몰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고의적인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29~30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동정을 얻기 위해 자작극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이번 사건을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6월 안보리 순회의장국인 알바니아 주유엔 대표부에 “러시아는 사람들이 밀집한 쇼핑센터를 미사일로 포격하는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안보리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따라 쇼핑센터 미사일 공격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오는 28일 오후 개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