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KF94`라면서 원산지가 상하이?…`짝퉁마스크` 주의보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국산이라 해놓고 원산지는 중국이네요. 중국인이 파는 중국제품이라 국산이라 광고하나요?”

9일 한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국산 마스크 판매’ 글 밑에 달린 판매자의 답변. ‘중국 상하이에서 생산됐다’고 답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지난 9일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에는 ‘국산 황사마스크’라는 상품이 등록됐다. 하지만 상품을 클릭해 보면 원산지 표기란에 ‘중국’이라고 명시돼 있다. 한 소비자가 국산이냐고 묻자 판매자는 “산지는 중국 상하이”라고 답변했다. 왜 중국산을 국산으로 광고하느냐는 항의에 판매자는 “상품을 이미 올려 제목을 수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국내 한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KN95-KF94 마스크. ‘국산 황사마스크’라고 이름붙여 판매하고 있다. (사진=온라인 쇼핑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마스크 대란을 틈타 중국산 마스크가 산지를 속여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들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제품”이라고 허위 광고를 하면서 문제제기를 하는 이들에게는 “(특정)국가에 대한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판매자가 제품을 등록한 후 위법 여부를 적발하는 방식이라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중국 식약청 인증 KN95라면서…미생물연구소 인증서?

직장인 윤모(34)씨는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주문하려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마스크 규격이 ‘KF94’라고 나와 있어 클릭했으나 제품 설명에는 ‘KN95’라고 적혀 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식약처와 중국 식품의약품안전청(SFDA)에서 양쪽에서 인증을 받았다는 설명과 함께 각종 인증서들이 첨부된 모습을 보고 구매를 결심했다.

하지만 중국어로 쓰인 인증서를 이해하지 못한 윤씨는 중국에 사는 지인에게 인증서의 진위 여부를 물었다.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중국 SFDA 인증서는 없고, ‘미생물 연구소’에서 발표한 증명서뿐이라는 것이다.

윤씨는 “쇼핑몰에 판매자가 허위광고를 했다고 항의했지만, ‘한국 식약처 인증 마크인 KF94를 쓰지 못 하게 하는 방법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 판매자가 중국산 KN95 마스크를 판매하면서 “한국 KF94와 같은 기능을 가졌다”고 광고하고 있다. (사진=윤씨 제공)

◇중국 KN 마크와 한국 KF 마크 병기는 ‘약사법 위반’

각기 다른 마스크 인증인 ‘KN95’와 ‘KF94’를 동시에 표기하는 것은 현행법 위반이다. KF는 우리나라 식약처가 미세입자 차단 성능을 검증한 후 부여하는 인증이다. 중국 SFDA가 인증한 KN 마크와는 관련이 없다. 현행 약사법은 KF인증을 받지 않고 ‘미세먼지·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광고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따라서 KF와 KN 인증을 병기해 소비자를 헷갈리게 하거나, KN 인증 마스크를 ‘한국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며 광고하는 행위는 불법이라는 게 준문가들의 진단이다.

◇쇼핑몰 측 “허위광고 확실…즉각 판매 중단”

한편 해당 쇼핑몰은 이데일리 취재 후 허위광고에 해당하는 제품 모니터링을 진행, 판매를 중지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 등록 후 사후 검증이기 때문에 해당 상품의 등록을 원천 차단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쇼핑몰 관계자는 “어떤 제품을 팔 지는 판매자 스스로가 결정하는데 쇼핑몰이 이를 검증할 전문성은 없다”며 “식약처에서 특정 마스크가 불법이니 팔지 말라고 공문을 보내 확인이 된다면 (판매중지 등) 처리를 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