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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에서의 권리소진의 이론은 다음과 같다. 특허법상 명문의 규정은 없으나 원권리자로부터 일단 적법하게 당해 특허권에 관한 제품을 양도받은 후에, 이를 다시 양도하거나 사용하는 행위가 특허권의 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의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특허권에서의 권리소진의 원칙(Exhaustion Doctrine, First Sale Doctrine)이라 한다.
그러나 특허권이 소진된다는 것은 적법하게 판매된 특정한 물건에 대해 소진된다는 의미이므로, 물건의 발명이 아닌 방법발명의 특허에 대해서도 권리가 소진되는지에 관하여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종래 서울고등법원은 “단순 방법의 특허”에 있어서 특허의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물건이 “특허권자 이외의 자”에 의하여 확포된 경우에는 소진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서울고등법원 2000. 5. 2 선고 99나59391 판결>
소진이론(消盡理論)이란 “물건의 특허” 또는 “제조방법의 특허”에 있어서 특허대상이 된 물건 또는 특허방법에 의하여 생산된 물건이 “특허권자”에 의하여 적법하게 판매ㆍ배포되었을 경우 그 권리가 소진 내지 소모되어 당해 물건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론으로서, 이 사건과 같이 “단순 방법의 특허”에 있어서 특허의 사용을 위하여 필요한 물건이 “특허권자 이외의 자”에 의하여 확포된 경우에는 적용될 여지가 없다.
반면, 미국 대법원은 방법특허의 실시행위에 대하여 소진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특허권자는 특허명세서 중에 방법발명을 삽입함으로써 소진 이론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부당하고, 특허된 방법 역시 상품에 구현될 수 있는 이상 그러한 상품의 판매는 특허권을 소진시킨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방법발명의 특허에 특허 소진의 원칙이 적용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엘지전자가 방법발명의 특허는 유형의 물건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과정에 관한 것이므로 판매행위에 의하여 소진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방법특허의 실시행위에 대하여 소진을 적용하지 않을 경우 특허권자는 특허명세서 중에 방법발명을 삽입함으로써 소진 이론을 회피할 수 있게 되어 부당하고, 특허된 방법 역시 상품에 구현될 수 있는 이상 그러한 상품의 판매는 특허권을 소진시킨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대법원도 미국 대법원의 QUANTA 사건과 같은 취지에 특허법상 근거를 추가한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 소진의 인정 근거를 설시하며 방법발명에 대하여도 특허권 소진이 인정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89903 판결>
방법발명도 그러한 방법을 실시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하여 물건에 특허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가능한데, 방법발명이 실질적으로 구현된 물건을 특허권자 등으로부터 적법하게 양수한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할 때마다 특허권자 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그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 및 거래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 그리고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27조 제2호에 의하여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을 양도할 권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이상 양수인 등이 그 물건으로 방법발명을 사용할 것을 예상하여 그 물건의 양도가액 또는 실시권자에 대한 실시료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특허발명의 실시 대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져 있다. 또한, 물건발명과 방법발명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일 경우가 적지 않고, 그러한 경우 특허권자는 필요에 따라 특허청구항을 물건발명 또는 방법발명으로 작성할 수 있으므로, 방법발명을 특허권 소진 대상에서 제외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 오히려 방법발명을 일률적으로 특허권 소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특허권자는 특허청구항에 방법발명을 삽입함으로써 특허권 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위 사례는 원고인 방법발명의 특허권자가 원고 보조참가인과 사이에 위 발명을 실시하는데 적합한 장비를 제조ㆍ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실시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원고 보조참가인으로부터 위 장비를 매수하여 사용하였는데, 원고가 피고는 정당한 권한 없이 위 장비를 이용하여 업으로 특허발명을 실시함으로써 원고의 특허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이다.
다만, 위 판례에서는 그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부과하여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 소진의 한계를 설정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
어떤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인지 여부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그 물건의 본래 용도가 방법발명의 실시뿐이고 다른 용도는 없는지 여부, 그 물건에 방법발명의 특유한 해결수단이 기초하고 있는 기술사상의 핵심에 해당하는 구성요소가 모두 포함되었는지 여부, 그 물건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공정이 방법발명의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 위의 각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물건의 본래 용도가 방법발명의 실시뿐이고 다른 용도는 없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물건에 사회통념상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는 경제적, 상업적 또는 실용적인 다른 용도가 없어야 한다. 이와 달리 단순히 특허방법 이외의 다른 방법에 사용될 이론적, 실험적 또는 일시적 사용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그 용도는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그 물건의 본래 용도라고 보기 어렵다.
아울러, 위 판례는 물건발명과 방법발명에 대한 각 특허권 소진을 긍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
‘물건의 발명’(이하 ‘물건발명’이라고 한다)에 대한 특허권자 또는 특허권자로부터 허락을 받은 실시권자(이하 ‘특허권자 등’이라고 한다)가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발명이 구현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하면, 양도된 당해 물건에 대해서는 특허권이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된다. 따라서 양수인이나 전득자(이하 ‘양수인 등’이라고 한다)가 그 물건을 사용, 양도하는 등의 행위에 대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그 특허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자 등이 우리나라에서 특허방법의 사용에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로서 물건이 위 방법의 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경우,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위 방법의 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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