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대형 은행들이 연이어 배당금을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실시한 연례 스트레스테스트(재무 건전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여윳돈이 생겼기 때문이다.
연준은 28일(현지시간) 34개 대형 은행들이 제출한 극심한 경기 침체 하에서의 자기자본 확충 계획에 대해 적절하다고 평가하고, 향후 4개 분기 동안 벌어들일 추정 순이익의 100%를 배당이나 자사주 취득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34개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캐피탈원파이내셜이 연말까지 자본 확충 계획을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지만 이 은행 역시 테스트는 일단 통과했다.
이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사회는 내년 6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12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승인했다. 분기별 배당금도 현 수준보다 60% 많은 주당 12센트로 늘리기로 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48센트다. 이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던 기준보다 높다. BoA의 ‘구원투수’로도 유명한 버핏 회장은 지난 2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현재 연 30센트인) BoA보통주에 대한 배당금이 2021년까지 44센트보다 높아진다면 우선주를 현금 보상 없이 보통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JP모건은 보통주의 분기별 배당금을 주당 50센트에서 56센트로 올리고 내년 6월 한 달 동안 최대 194억달러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분기별 배당금을 주당 32센트로 늘리고 자사주를 최대 156억달러어치 매입하는 등 내년까지 총 189억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웰스파고가 분기별 배당금을 주당 39센트로 높이고 자사주를 115억달러 규모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으며, 모건스탠리는 분기별 배당금을 현재 20센트에서 25센트로 늘리고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유일하게 조건부로 스트레스테스트를 통과한 캐피탈원은 분기별 배당금은 현재와 같은 40센트로 유지하나 자사주는 내년 2분기 말까지 최대 18억5000만달러 어치 매입할 것으로 예쌍했다.
한편 연준의 스트레스테스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미 은행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규제 완화에 더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은행권에 대해 규제를 풀어줌으로써 은행들이 더 많은 대출을 시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