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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포루그 파로흐자드(1935~1967)는 이란 테헤란의 군인가정에서 일곱 중 셋째 딸로 태어났다. 다른 자매들에 비해 활발하고 꿈이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조숙했다. 열여섯 살에 먼 친척뻘 남자와 결혼을 감행한다. 1년 뒤 아들을 낳았다. 파마를 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돌아다녔다. 보수적이기로는 유교사회 못지 않던 이란은 파로흐자드에게 족쇄였고 속박이었다. 게다가 영혼은 자유로웠고 피는 뜨거웠다.
그 뜨거움과 자유로움으로 시를 썼다. 44편을 묶어 첫 시집 ‘포로’(1955)를 냈다. 표제작인 ‘포로’에서 파로흐자드는 ‘나를 내버려 두오, 나는 포로가 된 한 마리 새일 뿐// 심장의 불로 이 폐허를 밝히는/ 나는 촛불/ 그 불을 끄리라 마음먹는 순간/ 이 둥지는 무덤으로 변하리라’고 토로한다. 남편은 이런 아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혼과 더불어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겼고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사방이 벽이었다. 두 번째 시집 제목이 ‘벽’(1956)이었던 건 우연이 아니었다. 이후엔 벽 너머의 세상이 궁금했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났고 그 여정의 사색들이 ‘저항’(1958)이란 시집에 남았다. 1963년 파로흐자드의 곁에는 에브러힘 골레스턴 감독이 있었다. 비록 유부남과의 사랑이었지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골레스턴 감독의 후원 하에 나환자촌을 다룬 다큐멘터리 ‘그 집은 검다’로 파로흐자드는 이란 최초의 여성감독이 된다. 그리고 네 번째 시집 ‘또 다른 탄생’(1963)을 통해 페르시아 문학의 아이콘으로 부상한다.
최근 국내서 파로흐자드의 시집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220쪽, 문학의숲)가 출간됐다. ‘바람이 우리를…’을 비롯해 파로흐자드의 시 54편이 묶여 ‘세계 숨은 시인선’의 첫 권으로 국내 독자를 만나게 됐다. ‘바람이 우리를…’은 이란의 세계적인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1999년 동명 영화제목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파로흐자드의 시에서 영화 제목과 영감을 가져왔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출판사 측은 “뛰어난 문학성과 극적인 생애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세계적 시인들을 이 시인선에서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