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영사(正英舍)’출신 전성시대

조선일보 기자I 2005.03.25 10:16:22

박정희·육영수 이름따 만든 기숙사서 한솥밥

[조선일보 제공] 지난 18일 저녁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 올 들어 첫 ‘정영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은 1960~70년대 서울대의 ‘엘리트기숙사’ 정영사(正英舍) 출신 모임 ‘정영회’가 마련한 것. 현 정부의 경제수장으로 발탁된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의 축하를 겸한 자리였다. 한 부총리는 일정이 바빠 참석하지 못했다. 회장인 좌승희(左承喜)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참석자 40여명이 30여년 전 학창시절로 돌아가 웃음꽃을 피웠다”고 했다. 정영회 출신들은 지금 각계의 중추적 인물로 활동하고 있다. ◆육영수 여사가 설립한 정영사 정영사는 1968년 5월, 당시 박정희(朴正熙) 대통령과 육영수(陸英修) 여사의 가운데 글자를 따서 문을 연 서울대 기숙사 이름.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았던 육영수 여사가 주도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생 중 단과대별로 성적이 가장 우수한 지방 학생을 4~5명씩 모아 학년별로 30~40명씩 머물게 하며 공부시켰던 곳이다. 한국 최고 엘리트 기숙사였던 셈이다. 서울대병원이 있는 연건캠퍼스의 의과대학원 기숙사 자리가 정영사 터였다. 정영사는 당시 3학년생인 서울대 66학번(39명)을 1기생으로 시작해, 박 전 대통령 사망(1979년 10월) 이후 2년 뒤 입학생인 81학번까지 유지됐다가 폐지됐다. 총 684명(1~16기)인 정영사 출신들은 670여명이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10명은 고인이 됐다. 이들은 1971년 84명이 정영회를 만든 뒤, 매년 2~3차례씩 모임을 갖고 있다. 1기생인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은 “4인 1실의 방에 표학길(서울대 교수·1기), 좌승희(한국경제연구원장·2기), 이계식(제주도 정무부지사·2기)씨 등과 함께 머물며 공부하던 기억이 새롭다”고 했다. 정 총장은 “육영수 여사 초청으로 청와대로 가서 자장면 먹던 일이 생각나는데, 돌이켜보면 육 여사의 관심이 지대했던 것 같다”고 했다. 한덕수 부총리는 정 총장 옆방에서 국찬표 서강대 교수, 김승진 외대교수, 문재곤 삼정KPMG대표와 함께 공부했었다. ◆한국사회 이끄는 회원들 회원 중 가장 많은 직군은 대학 교수들이며, 정계·관계·법조계·경제계·의료계 등 각계에서 한국사회의 리더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관계에서는 한덕수 부총리를 비롯, 정우성 청와대 외교보좌관, 김대환 노동부 장관과 정병석 노동부 차관, 장병완 기획예산처 차관, 박병원 재경부 차관보, 남상덕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 비서관, 김춘석 총리실 정책상황실장 등 고위관료들이 즐비하다.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수와 서범석 전 교육부 차관도 정영사 출신. 법조계에선 이공현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우의형 서울행정법원장, 권남혁 서울남부지법 법원장, 한부환 전 법무차관, 강병섭 전 서울중앙지법 법원장, 윤세리 변호사 등이 정영사 출신이다. 정계 인사로는 서상섭·박종웅·이철 전 국회의원과 오제세 열린우리당 의원이 꼽힌다. 의료계에서는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과 법의학계 권위자인 이정빈 서울대 의대 교수가 있다. 폐암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진수 국립암센터 전 부속병원장도 정영사 출신이다. 경제계에서는 권성철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곽성신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장, 소진관 쌍용차 대표 등이 있다. 서울대도 정영회 회원들이 이끌고 있다. 정 총장에 이어 이종섭 입학관리본부장, 양봉민 보건대학원장, 박삼옥 사회대학장, 권두환 인문대학장 등이 정영사에서 수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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