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사상최대 규모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 미국 2위 장거리 전화업체 월드컴이 파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월 기준 자산규모 920억달러 규모의 월드컴이 파산보호(챕터11)를 신청할 경우 미 역사상 최대규모의 기업도산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월드컴의 실적 부풀리기와 연관된 월가의 커넥션이 다시 도마에 올랐고 장기간 이 회사의 회계를 담당해왔던 아서앤더슨은 엔론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한번 파문에 휩싸였다.
엔론과 타이코에 이어 대규모 금융 스캔들이 연이어 터져나옴으로써 투자자들의 증시에 대한 회의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버그린 유틸리티&테레콤펀드의 티모시 오브라이언은 "미국 주식시장이 점차 카지노와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컴, 파산 피할 수 없나
월드컴의 파산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월드컴의 회계부정 사건이 드러난 26일(현지시각)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다섯단계나 하향 조정해 "CCC-"로 떨어트렸다. 같은 날 피치 역시 월드컴의 무담보 선순위채 등급을 "B"에서 "CC"로 낮췄다.
S&P의 분석가인 로즈메리 칼리노프스키는 "월드컴이 만기도래한 부채를 상환할 수 있을지 극히 불투명하다"면서 "특히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드컴의 부정회계 문제에 대한 본격 조사에 착수함에 따라 이 회사가 은행들과 진행 중인 크레딧라인 설정문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컴은 현재 50억달러 규모의 신규 크레딧라인 개설을 두고 은행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이번 파문으로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조달 길도 막혔다. 월드컴의 부정이 드러난 26일 월드컴 채권 투자자들은 하룻새 73억달러를 날렸다. 이날 월드컴 채권은 종류별로 14~78센트 급락했으며 액면가 총 280억달러인 월드컴 채권의 가치는 42억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월드컴의 주식은 이날 뉴욕증시에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으나 99년 6월 62달러였던 이 회사의 주가는 25일 마감가 기준 83센트로 떨어져 나스닥시장 상장기준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살로먼, 앤더슨에 쏠리는 의혹
미 금융권은 월드컴의 부실채권 회수와 관련된 압력 이외에도 신뢰상실이란 더 무거운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우선 월가 애널리스트들에게로 불똥이 튀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업종의 간판 애널리스트였던 살로먼스미스바니의 잭 그루브먼의 경우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 주식에 대한 매수추천으로 투자자를 오도한 혐의로 이미 피소돼 있는 그루브먼은 97년부터 올 4월까지 줄곧 월드컴에 대해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해왔다. 메릴린치를 타깃으로 삼았던 엘리엇 스파이저 뉴욕 검찰청장은 월드컴 주식에 대한 매수추천과 관련 그루브먼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혀둔 상황이다.
지난 5월 월드컴이 KPMG로 회계법인을 교체하기 이전까지 이 회사의 회계를 담당했던 아서앤더슨으로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앤더슨 측은 즉각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비용과 관련된 중대한 정보를 숨겼다는 사실이 문제"라는 성명을 내고 회사에서 축출당한 스콧 설리반 CFO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그러나 회계조작의 범위와 과정이 명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전죄가 있는 아서앤더슨도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