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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서민금융 악화…대부업 13곳 영업중단·햇살론 부실↑

노희준 기자I 2023.01.29 15:02:19

러시앤캐시 등 대부업 13곳 신규대출 중단
조달금리 올랐지만, 최고금리 20%에 막혀 대출 어려워
햇살론 대위변제율도 16%돌파...2년새 3배 가까이 증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금리 급등에 서민의 금융 환경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마지막 제도권 서민금융 기관인 대부업체 가운데 13곳이 신규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민 전용 대출 상품인 햇살론을 통해 대출받은 중·저신용자가 원금을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준 비율도 2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브랜드명 러시 앤 캐시)를 포함해 상위 대부업체 69개 가운데 13개사가 신규 대출 영업을 중단했다.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을 중단한 것은 지난해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조달금리는 급등한 반면 최고금리 인하로 마진 확보가 어려워지자 대출을 취급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신 기능이 없는 대부업체는 주로 저축은행과 캐피탈사에서 자금을 빌려 와 이를 재원으로 대출을 해준다. 지난해 12월 상위 16개 대부업체 신규 차입금리는 연 8.65%로 지난해 1월 5.14%에 견주면 3.51%포인트(p)급등했다. 이런 조달비용에 8~10%에 해당하는 대손비용과 광고비(3%) 등을 합치면 현재 법정 최고금리인 연 20%를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말 개인대출 잔액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전월 대비 대출액은 10월 240억원, 11월 630억원, 12월 421억원이 각각 줄어들었다. 대부업체 이용자도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상위 69개 업체의 신규 이용자는 연초(3만1065명)의 대비 3분 1수준인 1만58명으로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이 최고금리 인하와 시장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높아진 대부업권의 서민 대출 유지를 위해 저리 조달 창구인 은행 차입을 허용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으로 ‘서민 금융 우수 대부업자’ 13곳은 은행에서 1839억원을 빌렸는데, 이는 우수 대부업자가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이나 캐피탈 등을 통해 조달한 총 차입금 4조원 중 4.6%에 불과했다. ‘우수 대부업자’는 저신용자 신용대출 실적이 70% 이상인 경우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금융위원회 등록 대부업체로 일반 대부업체가 할 수 없는 은행 차입이 가능하다.

대부업권의 신규 영업 중단이 늘고 대출 공급이 줄어들면서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날 우려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지면서 3만9000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불법 사금융 이용자의 평균 연 이율은 46.6%로 현 최고금리의 2배를 넘는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아직 연 20%로 제한된 최고금리를 시장금리에 연동시키는 방안 등 최고금리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정치권 반대 목소리가 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불법 사금융 팽창 가능성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만, 현재 최고금리 제도 변경 방안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책서민금융 상품인 햇살론의 대위 변제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서 제출받아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 6.1%에 불과했던 햇살론15·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이 지난해 11월 16.3%까지 치솟았다. 대위 변제율은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할 때 정책금융기관(서민금융원)이 대신 갚아주는 비율을 말한다. 대위변제율이 커진다는 것은 서민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햇살론15은 제도권금융 접근이 어려워 저소득·저신용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보증부대출 상품이다. 연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이면서 개인신용평점이 하위 20%에 해당하는 이들이 최대 2000만원까지 만기 3년이나 5년으로 연 15.9%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햇살론17은 최고금리가 연 20%로 낮아지면서 기존 17.9%였던 햇살론17이 금리가 2%포인트 낮아져 명칭이 햇살론15로 변경됐다. 최승재 의원은 “햇살론 대위변제율이 급증하고 있지만 중·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면 불법 사금융에 빠질 수 있어 핀셋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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