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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멈추게 한 데이터센터 화재…‘재난관리기본계획’ 왜 빠졌나

김현아 기자I 2022.10.15 23:18:49

15시 22분 SK C&C 데이터센터 화재…7시간 넘게 카카오 먹통중
카카오톡 연결된 업비트, 컬리, 스타벅스도 장애
네이버 뉴스, 쇼핑, 검색도 장애
카카오, 이원화 시스템 있다는데..복구 늦은 이유는?
재난관리포함법 발의했지만..인터넷 기업들 반발로 무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5일 오후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7시간 넘게 불통되고 있다. 카카오T,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계열 서비스를 넘어 카카오 로그인이나 알림톡 등과 연결된 업비트, 스타벅스, 런드리고(모바일 세탁서비스), 컬리 등의 서비스도 카카오톡 기능을 이용할 수 없었다. 네이버의 경우 서비스 전체가 먹통이 된 것은 아니지만, 뉴스와 검색, 쇼핑 등의 일부 서비스가 장애를 겪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의 화재로 대한민국 인터넷 생태계 전반이 대혼란을 겪은 것이다. ICT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난 2020년 인터넷 기업들의 반발로 좌초된 ‘인터넷데이터센터 국가재난관리기본계획 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교 SK(주)C&C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 사진=방성환 의원(경기도 의회, 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그는 15일 오후 8시경 이기인 의원과 화재현장에 있다면서, 지금 90% 정도 화재진압되고 지하 잔불 처리 중에 있다고 적었다.


15시 22분 화재…7시간 넘게 카카오 먹통중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15:19분경 전기실에서 발생했다. 이후 15:22분경 감전을 우려해 서비스 전원을 차단했다. SK C&C와 소방당국 등이 함께 현장에서 배선을 점검 중이고, 전원을 순차로 공급할 예정이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17:46분 “큰 불길을 잡았고 잔불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이후 오후 19:00를 전후해 건물 일부에 전원을 살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날 15:30분 경부터 먹통이 된 카카오는 7시간이 지난 22:30분까지 복구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는 이날 18:50분 트위터를 통해 “전원 공급 재개시 2시간 안에 카카오톡을 포함한 전체 서비스가 복구될 것”이라고 했지만, 복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실장 : 홍진배 네트워크정책실장)을 구성하여, 행안부·소방당국 등 관계 기관 및 SK C&C, 카카오, 네이버 등 장애 발생 사업자와 함께 밤샘 복구를 이어가고 있다.

남궁훈·홍은택 “이례적이라 오랜 시간 소요”

장애 해결이 늦어지자 카카오의 데이터 백업 등 재해 복구(DR)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복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모든 이용자분들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화재가 발생한 직후, 카카오는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즉시 이원화 조치 적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두 대표는 “이번같이 (카카오입장에서) 데이터센터 한 곳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해당 조치를 적용하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향후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불편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평소와 같이 이용하실 수 있도록 다양한 기술적 재발 방지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


카카오 늦은 복구 이유는?…재난관리포함법 탄력받을 듯

이날 남궁훈·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카카오는 모든 데이터를 국내 여러 데이터센터에 분할 백업하고 있으며, 외부 상황에 따른 장애 대응을 위한 이원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확인했다.

업계에선 자체 인터넷데이터센터(IDC)가 없는 카카오는 목동 KT 데이터센터와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 등을 빌려 쓰는데, 자체 센터가 아니어서 백업이나 복구가 원활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는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자체 데이터센터 ‘각’을 갖고 자사 데이터 보호를 직접 챙기고 있지만, 카카오는 카카오는 첫번 째 자체 IDC를 2023년이 돼야 안산시 한양대 캠퍼스혁신파크 부지에서 준공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사업자가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이용자 고지를 완료했는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그러나, 2018년 11월 KT 아현 지사 지하 통신구 화재 사건이후 추진됐다가 인터넷기업들의 반발로 무산된 ‘데이터센터 재난관리계획포함법(방송통신발전기본법)’이 이제 재논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수립하는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의 대상 사업자를 ① ‘기간통신사업자’와 ② 지상파 방송사업자, ③ 종편방송사업자로 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일정 규모 이상의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 등을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 즉 ‘데이터센터 사업자’를 포함시키고 ▲재난 대비 항목에 ‘주요 데이터의 보호’를 추가하는 방향이었다.

해당 법안은 2020년 국회에서 디지털경제의 원유인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지만, 사전규제 논란으로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데이터센터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시설로 재난 상황에서 중단될 경우 국민의 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민생 현안”이라고 강조했으나, 법사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당시 법안에선 정부가 재난관리기본계획을 만드는데 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자 등과 협의한다는 수준이었지만 통과되지 못해 아쉽다”면서 “데이터 센터 화재로 국민 일상생활에 얼마나 큰 불편이 초래될 수 있는지 확인된 만큼 다시 검토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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