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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들인 경기교육청 '태블릿PC보급 사업' 애물단지 되나

정재훈 기자I 2022.03.18 09:09:47

2026년까지 ''학생용 스마트단말기 보급사업''
지난해 1000억 이어 올해 1400억 투입 예정
개인 스마트폰 수업 충분해…예산낭비 지적
태블릿PC 관리업무까지 교사 "업무 과다해"
교육청 "불만사유 알지만 사업은 계속 진행"

[수원=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수천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도 내 전체 학생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선 오히려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면의 크기가 작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소유한 개인 스마트폰으로도 관련 수업을 할 수 있어서다. 교사들이 지급한 태블릿PC를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도 한몫하는데다 도교육청이 대책보다는 보급에만 집중하는 등 안이한 대처로 교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18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약 1400억원의 예산을 투입 ‘학생용 스마트단말기 보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실시한 학교 교실의 무선인터넷망 구축사업이 2020년 완료된 것에 따라 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이를 활용하기 위해 하는 것으로 2021년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까지 진행한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올해 24만5000여대의 태블릿PC를 초5, 중1, 고1 학생을 우선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테블릿PC를 활용해 수업을 하고 있다.(사진=정재훈기자)
하지만 정작 태블릿PC를 지원받는 학교 현장에선 예산낭비 지적과 함께 교사들의 행정업무만 가중된다며 태블릿PC보급 사업의 효용성 논란마저 일고 있다. 모든 학생이 개인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어 충분한 원격 수업을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대당 50만원의 태블릿PC 예산을 마련해 지급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폰이 없는 일부 학생은 학교마다 60여대 안팎으로 보유한 디지털교과서용 태블릿PC를 활용할 수 있어 수업에 지장이 없다”며 “이미 포화상태인 교사의 행정업무에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지급하는 태블릿PC의 관리까지 더해지면서 수업 질 향상 등 학습을 위한 여러 과정에 집중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내 한 중학교 교사는 “학습을 위해 준비해야 할 시간도 부족할 만큼 행정업무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태블릿PC 관리 업무까지 추가돼 교사들의 어려움이 크다”며 “학생 개개인 모두에게 태블릿PC를 보급하는 것은 학교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예산낭비이자 탁상행정의 결과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도교육청 내부에서도 굉장히 규모가 큰 사업이라 관심이 쏠리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 이 같은 불만이 많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다”며 “교육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ICT기기를 활용한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학생과 교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이 되도록 세심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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