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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대리점에 ‘부품 물량 밀어내기(구입강제)’를 하다 적발된 현대모비스(012330)가 재차 자진 피해구제안을 내놨지만, 경쟁당국이 결국 퇴짜를 놓았다. 지난 8월30일 제출한 안을 보완해 최종 구제안을 올렸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피해자 구제 및 대리점 밀어내기 근절에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공정위와 현대모비스는 본안 심의 과정에서 과징금 산정과 형사고발을 놓고 본격적인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모비스 자진시정안 퇴짜 맞은 이유?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남용에 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신청 건’을 최종 심의한 결과, 이를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2010년 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매년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한 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부품 대리점에 자동차 부품구입을 강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위 제재를 앞두고 현대모비스는 과징금 부과 및 고발 등 행정제재를 피하기 위해 지난 5월 24일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가 있지만 위법성을 따지지 않는 대신 기업 스스로 시정방안을 제시·이행해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자진시정안이 △피해자의 피해 및 거래질서 회복에 충분하거나 △본안 심의 결과 예상되는 시정조치 및 제재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위법행위가 형사고발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야 한다. 공정위는 자진시정안이 이중 첫번째 조건인 대리점 피해구제, 구입강제 행위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현대모비스가 수정 제출한 자진시정안에는 제3자를 통한 피해구제협의회를 구성해 대리점 피해 신청을 보상하는 방안이 담겨있다. 대리점이 직접 피해규모를 산정해오면 피해구제협의회에서 판단해 보상액을 산정하는 구조다.
여기에 대리점이 부품을 구입할 경우 금융권에서 대출하면서 상당한 담보를 설정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만큼, 향후 신용보증기금을 활용하되 보증수수료는 현대모비스가 직접 내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아울러 100억원 상당의 상생기금을 마련해 이자수익으로 대리점 피해를 지원하고, 구입강제를 하지 못하도록 임직원을 징계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겠다는 안도 담았다. 현대모비스측은 “예상 과징금 20억원을 훨씬 넘는 77억원 규모의 대리점 지원 효과가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밀어내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의 지시를 제어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부회장 지시아래 조직적으로 밀어내기가 이뤄진 증거를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임·직원에 대한 징계 규정은 기존에 내부감사 결과 만든 안과 비슷한데다, 최고경영진이 매출을 강제하는 지시를 계속할 경우 현실적으로 임·직원이 이를 어기기가 쉽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 공정위는 피해구제협의회를 꾸리더라도 피해액은 대리점 스스로 입증을 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1400여개 대리점 중 이미 100여개가 폐업을 했고, 부품 판매기록을 전산 관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구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상생기금은 이자 일부를 활용하는 터라 대리점 지원 효과가 미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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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본안 심의 쟁점 ‘과징금 산정·고발여부’
동의의결이 기각된 만큼 향후 공정위와 현대모비스는 본안 심의 과정에서 ‘거래상 지위 남용(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4호)’ 문제를 놓고 ‘결승전’을 치룬다. 최종적으로 동의의결 기각 사유에서 빠졌던 고발 요건과 과징금 산정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은 밀어내기 관련한 ‘협의매출’의 강제성 여부에 달려 있다. 현대모비스는 사업소가 구매요청하고 대리점이 동의한 매출인 만큼 강제성과 고의성이 없는 문제라고 반박하며 공정위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품 반품도 받고 있고, 협의매출을 거부한 데 따른 불이익도 주지않았다고 주장한다. 피해액은 4년간 5~8억원에 불과해 중대한 위반행위가 아닌 만큼 고발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공정위 심사관(검찰에 해당)은 현대모비스의 ‘갑’의 지위에 주목한다. 정비용 부품시장 점유율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인 현대모비스를 요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점은 불가피하게 희생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을’의 지위에 있다는 판단이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과 협의한 매출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강요당한 매출로 1000억원 가량 피해가 있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협의매출을 전부 ‘갑질’행위로 간주하고 관련매출액로 산정한 뒤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밀어내기 행위를 조직적으로 지속적으로 했고,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한 만큼 중대한 위반행위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법인 및 대표·영업본부장까지 고발까지 해야 한다고 심사보고서(공소장에 해당)를 작성했다. 앞서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8월30일 심의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순환출자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며, 정몽구·정의선 부자(父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로 현대모비스의 영업 성과 달성은 그룹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공정위는 이르면 내년초께 현대모비스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전원회의에 올려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