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發 환매에 혼쭐난 MMF…일부 채권형 자금이탈도 우려

박정수 기자I 2017.08.19 10:57:39

KAI CP 편입으로 자산운용사 곤욕…동양·교보·KTB 등
동양자산운용 기관 펀드런에 환매연기까지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 설정액 반토막…1조8000억→7900억
KAI發 펀드런 불씨는 여전…일반채권형펀드도 KAI CP 편입

*자료:KG제로인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분식회계 의혹 사태의 후폭풍이 펀드로까지 번지면서 자산운용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부 머니마켓펀드(MMF) 편입자산에 KAI가 포함된 탓에 기관투자가들이 잇달아 자금을 빼가고 있다. 특히 일부 운용사에 기관들의 환매물량이 한꺼번에 몰린 탓에 이를 소화하지 못하고 환매를 연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KAI 채권 담았다가 ‘펀드런’ 불똥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양자산운용은 지난 16일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 환매연기 결정을 공시했다. 이는 기관들의 환매 요청이 한번에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당시 환매신청좌수는 7050억좌로 펀드 전체 잔고좌수의 89%에 달한다. 기관들의 환매청구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KAI가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검토의견을 받았던 지난 14일에 이뤄졌다. 검토의견 `적정`으로 KAI가 회계적으로 분식에 대한 혐의를 씻게 됐지만 기관들은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가 KAI 기업어음(CP)을 일부 편입했단 이유만으로 부담을 느껴 발을 빼는 모양새다. 이에 동양자산운용측은 소규모 잔존 고객을 보호하고 수익자 간 형평성을 고려해 환매연기를 결정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MMF 환매를 청구하면 다음날에 바로 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환매를 위해서는 채권을 팔아야 하는데 환매 물량이 너무 많아 동양자산운용이 소화하지 못한 것”이라며 “또 우량채권부터 팔게 되면 잔존 고객들은 불량채권만 가져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형평성 문제가 벌어질 수 있어 환매를 연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KAI CP를 편입해 MMF를 운용한 자산운용사가 동양자산운용뿐만이 아니며 이러한 기관들의 움직임이 이달 초부터 나타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MMF에 KAI CP를 편입했었던 자산운용사는 동양자산운용을 비롯해 교보악사자산운용, KTB자산운용, 알파에셋자산운용,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 등이다. 다만 이들은 KAI CP 전략적 매도로 기관들의 움직임에 조기 대응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 관계자는 “8월 초에 KAI CP를 전부 매도했다”며 “현재는 KAI CP를 편입한 MMF는 없다”고 전했다. 다른 운용사들도 이르면 8월 초에 모두 KAI CP를 전략적으로 매도했고 늦어도 지난 14일에 모두 정리했다. 동양자산운용 대응이 다소 늦었던 셈이다.

또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MMF는 단기성 자금을 넣다 보니 기관들이 보통 3일에서 2주 가량 펀드에 돈을 넣어둔다. 이에 500억원 이상의 기관들은 운용사에서 모두 일정을 관리한다”면서 “동양자산운용 대응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조기에 대응한 운용사들은 대부분 KAI CP 만기가 9월이었고 동양자산운용이 편입한 CP 만기가 10~11월이라 매도도 쉽지 않아 환매가 미뤄졌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 설정액 추이를 보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는 1조5000억~1조8000억원대를 유지하다가 8월14일에 1조원, 8월16일 7900억원 수준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동양자산운용 관계자는 “17일에 환매연기 사유가 해소돼 환매가 재개됐고 18일 오후에 환매를 모두 완료했다”며 “환매가격을 재적용해 환매대금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KAI發 펀드런 불씨는 여전...“운용보고서 따져야”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법인 MMF 대응으로 급한 불만 끈 상태일 뿐 펀드런(펀드 환매가 일시에 몰리는 현상)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MMF뿐 아니라 일반 채권형펀드도 곳곳에 KAI CP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MMF를 비롯해 일반채권형펀드까지 아직 KAI CP를 편입해 놓은 펀드들이 있다”면서 “앞서 대응한 법인 MMF는 거액 기관들이 투자하므로 기관들이 빨리 파악해서 자금을 뺀 것이고 수천억씩 자금이 빠지다 보니 운용사들이 해당 펀드부터 관리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AI CP를 편입했던 시점은 7월이 많다”며 “운용보고서를 통해서는 2개월 전 편입자산만 확인 가능하므로 리테일 고객을 비롯해 기관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KG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6월말을 기준으로 KAI CP 등을 편입한 MMF 및 일반채권형 펀드는 KB자산운용의 ‘KB법인용MMF I-1C’, 흥국자산운용의 ‘흥국멀티플레이자 4[채권]C’, ‘흥국퇴직연금멀티자 4[채권]C’ 3개뿐이다. 앞서 동양자산운용의 ‘동양 큰만족 신종 MMF 3호’ 등이 모두 빠져있다. 흥국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 펀드 내에 KAI CP를 편입한 상품은 없다”고 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인과 기관투자가 전용 클래스(F, I)를 통해 일반채권형펀드도 기관들이 투자한다”며 “증권사들도 KAI 커버리지(투자판단)를 중단하는 분위기라 일부 펀드에서의 자금 유출과 자산운용사들의 KAI CP 등 조정과정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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