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안전처는 지난 21일 청와대 보고에서 2,3천 억 원의 예산을 늘리면 올해 10월부터 재난망 본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시범사업을 진행한 기업들은 현재 예산으로는 커버리지가 30% 밖에 안 되고, 위기 발생 때 반드시 필요한 단말기 간 통신(D2D) 기능도 구현되지 않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며 원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343억 원의 시범사업 예산은 허공으로 날렸지만, 이제라도 국민 혈세를 줄이고 제 기능을 하는 재난망을 만들려면 새 계획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IT 업계, 재난망이 재난 된다
지난 2014년 미래부 강성주 융합정책관(현 새누리 수석전문위원)은 “재난망은 공공LTE(PS-LTE)기준으로 하면서 별도의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기존 이통사의 상용망은 보완망으로 운영하면 된다”고 말했다.
같은 해 8월 1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재난망을 기존 이통사가 구축한 상용망으로 하지 않고 자가망으로 하는 것은 중복투자, 예산낭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일부 통신전문가들이 조금 더 정보를 갖고 얘기를 하셨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자가망 지지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도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정보화진흥원(NIA) 등의 전문가들이 상용망 활용이나 기존 통신망(테트라) 유지 등의 대안을 제시했지만, 국민안전처는 LG CNS와 함께 RFP와 ISP, 시범사업까지 밀어붙였다.
진영, 노웅래, 김을동 등 19대 의원들이 지난 국감에서 잇따라 우려를 표했지만, 안전처는 시범사업을 해보기도 전에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추진단 신규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가 아닌가 하는 비판이 거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재난망 예산이 300이면 손해가 150정도 된다”며 “이제라도 음영지역이 없는 별도의 전국 통신망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안전처 등 공무원들의 일자리 욕심이 아니면 재난망을 별도로 구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안전처의 지난해 계획에 따르면 전국 재난망 기지국(1만5천여개소)를 관리하는데 서부망·중부망·동부망 등 권역별로 현장 관리소를 설치해야 한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 구조조정으로 12조의 예산이 든다고 하는데 재난망에 이렇게 많은 예산을 쏟아부을 이유가 있는가”라면서 “재난망 단말기는 스마트폰 타입과 무전기 타입으로 구성되는데 아직 소방이나 군 등에서 멀티미디어 기능을 활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재난망 단말기를 스마트폰으로 해야 할 이유가 없으며 정부 계획대로 9년의 연한으로 하면 스마트폰은 중고중의 중고가 된다”고 지적했다.
지진 같은 대규모 재해로 기지국이 파손됐을 때 단말기 간 통신(D2D)이 이뤄져야 하는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국제표준은 최근 완료됐지만 단말기간 직접통화와 관련된 칩 개발이 난항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퀄컴이 시장 규모를 이유로 칩 개발에 난색을 표하면서 삼성전자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지만, 재난망이외에는 별 쓸 일이 없는 D2D에 칩 개발사들이 얼마나 투자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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