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의 중형 SUV NX200t가 딱 그렇다. 적당히 놀 줄 아는 모범생이다. 놀려는 의욕이 보인다. 신명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노는 가락을 안다. 그러면서도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과 안정감은 그대로다.
지난달 초 서울 잠실과 경기도 여주를 왕복하는 약 140㎞ 구간에서 렉서스 NX200t F스포츠 AWD 모델을 세 시간가량 시승했다.
|
|
일본차는 안정적이다. 그만큼 보수적이다. 렉서스가 후발주자도 도입한 가솔린 터보차저 엔진을 인제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터보 엔진은 낮은 배기량으로도 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높이는 묘약이다. 그러나 엔진회전수(RPM)가 낮을 때 반응 속도가 느린 이른바 ‘터보랙’ 같은 단점도 있다. 안정성이나 내구성에 대한 물음표도 아직 존재한다.
렉서스의 첫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인 NX200t는 이런 단점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안정적으로 가속했다. 부드러웠다. 물론 듀얼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독일 고성능 모델 같은 폭발력은 없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렉서스식 터보 엔진인 셈이다. 가속력만 보면 어느 정도 잘 달리는 중형 SUV다.
옹골차다. 고속 주행에서 핸들을 확 꺾어도 차체는 뒤틀림이 없다. 브레이크 페달도 곧잘 반응한다. 폭발력은 없지만 달리기 위한 기본기는 훌륭하다.
특히 시승한 F스포츠 모델은 앞·뒤 퍼포먼스 댐퍼가 차의 양옆을 꽉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전용 시트는 내 몸도 잘 잡아줬다.
렉서스 NX200t는 배기량 2.0리터 4기통 터보 엔진과 네바퀴굴림(AWD) 방식의 6단 자동변속기가 조합을 이룬다. 최고출력은 4800~5600RPM에서 238마력, 최대토크는 1650~4000RPM에서 357㎏·m이다.
표시 복합연비는 리터당 9.5㎞(도심 8.4, 고속 11.3)다. 시승 중 실연비는 8.0㎞/ℓ였다. 거친 시승 탓에 고속도로 위주였지만 연비 실력발휘는 못 했다. 또 잘 달리는 것치고 나쁘지 않은 연비일 뿐 원래부터 고연비 모델은 아니다.
기본 타이어는 미쉐린 프리머시 MXM4였다. 18인치 휠이다.
|
|
지금까지 일본차의 디자인과 편의사양은 늘 아쉬웠다. 똑똑한데다 몸도 좋아 꾸미기만 하면 멋있을 텐데. 옷에는 영 신경 쓰지 않는 상남자 느낌이었다.
렉서스 NX는 신경 좀 쓴 티가 난다. 액세서리도 좀 걸쳐 줬다.
개인적으로 약간 앞쪽 옆에서 바라본 모습이 좋다. 크기만 보면 분명히 중형 SUV인데 더 콤팩트한 느낌이다. 렉서스 NX는 BMW X3나 현대 싼타페보다는 약간 작지만, 준중형 SUV X1이나 투싼보다는 훨씬 크다.
앞부분은 통으로 된 렉서스의 새 그릴과 번개 모양의 주간주행등(DRL) 램프가 어우러지며 강렬한 느낌이 든다.
말해주기 전까지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지만 열쇠 구멍이 사라졌다. 세계 최초라고 한다. 사실 요새 차는 대부분 스마트 키다. 렉서스 같은 고급차는 더 그렇다. 어차피 비상시가 아니면 쓸 일이 없는 만큼 아예 숨겼다. 운전석 문 손잡이를 약간 열면 그 밑에 열쇠구멍이 숨어 있다.
실내 디자인 감성은 여전히 렉서스다. 고급스럽고 부드럽다. 구석구석 깊은 곳까지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런데 여기에 IT 요소를 한층 반영했다.
휴대폰과 연동해 음악을 틀거나 전화하는 블루투스. 반응 속도가 이전 렉서스보다 훨씬 빠르다. 직접 시승한 F스포츠엔 없기는 하지만 고급형 이그지큐티브엔 무려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까지 있었다.
이그지큐티브에 적용한 14개 스피커의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보다는 못하겠지만 10개 스피커를 내장한 렉서스 자체 사운드 시스템도 꽤 훌륭했다. DMB와 실시간 교통상황(TPEG) 기능을 갖춘 7인치 내비게이션은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됐다.
트렁크 밑을 열어 보니 보조 타이어다. 요샌 공차 무게를 줄이려고 임시 수리를 위한 키트(kit)로 대체한다. ‘펑크’ 나도 일정 거리를 갈 수 있는 런플랫 타이어를 기본 탑재하기도 한다. ‘땡땡이‘치고 놀러 가려고 한껏 치장했지만 혹시 모른다며 품 안에 교과서를 챙긴 학생 같아 재밌다.
‘놀 줄 아는 모범생’을 위한 車
렉서스 NX200t의 가격은 기본형 슈프림이 5480만원, F스포츠가 6100만원, 고급형 이그지큐티브가 6180만원이다.
기본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엔 놀고 싶다는 생각을 간직한 사람에게 추천한다.
가솔린 터보 SUV라 늘 놀러다니는 사람에게는 연비 부담이 있지만 평소엔 조용히 타다가 가끔 야외를 나가는 정도로는 충분하다.
공간도 넉넉하다. 렉서스는 NX를 ‘콤팩트 SUV’라고 소개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존 SUV RX와 비교했을 때다. 사실 크기로 보면 둘 다 중형 SUV다. 현대 싼타페냐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크기를 키운 기아 쏘렌토냐 정도의 차이다.
디자인과 편의사양은 마음에 드는데 놀 일, 달릴 일은 별로 없다면 렉서스의 옛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하이브리드 모델 NX300h가 낫다. 6380만원으로 좀 더 비싸지만 복합연비가 12.6㎞/ℓ로 33% 높다.
굳이 비교 대상을 꼽자면 BMW X3(5870만~8620만원)나 메르세데스-벤츠 GLK(5620만~6320만원), 아우디 Q5(5990만~7590만원) 등 독일의 준중형~중형 고급 SUV 정도가 있다.
성격은 다르지만 또 다른 일본 고급 중형 SUV 인피니티 QX50(5470만원)도 있다. 이 모델은 3.7 6기통 가솔린 엔진에 7단 자동변속기로 훨씬 더 세지만 그만큼 연비는 낮다. 국산 고급 세단이나 SUV에서 ‘일탈’하고 싶은 고객도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있다.
사실 요즘 렉서스의 변화도 일탈이라면 일탈이다. 말 잘 듣고 성실하던 모범생이 ‘와쿠도키(두근두근)한 차’를 만들겠다니. 기회가 된다면 렉서스가 ‘2015 서울모터쇼’(3~12일)에 전시한 레이싱 쿠페 RC F나 RC350 F 스포츠도 한 번 경험해보기 바란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