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법에서는 알코올 17도 이상의 술에 대해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주요 소주 제품의 도수가 이미 17도 수준으로 기준에 근접했다. 일부 제품은 기준보다 0.1도 낮다는 이유로 방송 광고가 허용되는 실정이다. 이참에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류협회는 최근 소주 방송 광고 규제와 관련한 현황 파악에 착수했다. 주류협회 관계자는 “최근 소주의 알코올 도수가 더 내려오면서 주류업계 내에 문제 제기가 많아, 정확한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에 따르면 알코올 17도 이상의 술은 방송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공중파뿐 아니라 종편과 케이블도 마찬가지로 금지된다. 소주 제품의 방송 광고가 노출되는 곳은 IPTV와 극장, 인터넷 등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다.
국내 1위 소주인 하이트진로(000080) ‘참이슬’의 알코올 도수는 17.8도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모델로 국민가수 아이유를 발탁했지만, 정작 방송에서는 아이유가 등장하는 참이슬 광고를 볼 수 없다.
하지만 무학(033920)의 ‘좋은데이’는 예외다. 좋은데이의 도수는 16.9도다. 법적인 기준인 17도보다 0.1도 낮다. 무학은 현재 부산과 경남지역에서 배우 조윤희를 모델로 ‘합법적으로’ 좋은데이 소주의 방송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좋은데이가 출시된 건 지난 2006년 말이다. 당시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21도와 20도로 싸우던 시기였다. 좋은데이와 도수 차가 너무 컸다. 지방소주의 ‘파격’ 쯤으로 넘기는 분위기였다.
|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제도의 취지가 국민건강을 위해 소주나 양주의 방송 광고를 금지하자는 것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이 만들어진 2011년 당시에는 17도 이하의 소주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데이의 급부상도 소주업체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적극적인 마케팅 덕택에 좋은데이는 부산·경남지역 소주 시장 점유율이 80%에 달한다. 주류업계는 좋은데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을 14%로 추정한다. 참이슬(47%)과의 격차는 있지만, 2위인 처음처럼(17%)을 상당히 따라잡았다.
지역을 장악한 좋은데이는 이제 서울 상권을 넘보고 있다. 이미 서울지역 소매점에서 좋은데이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서울은 우리나라 소주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 상권이다.
한쪽에서는 방송 광고 금지의 기준을 현재의 17도보다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소주의 도수가 갈수록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23도로 처음 선보였던 참이슬은 2006년 20도의 벽을 깨트린 이후 벌써 17.8도까지 내려왔다. 처음처럼은 17.5도까지 낮추며 도수를 내리는 데 더 공격적이다. ‘아무리 그래도 17도 밑으로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편견은 이미 좋은데이를 통해 깨진 상태다.
소주회사 입장에서도 나쁠 건 없다. 도수를 내릴수록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판매량도 더 늘어난다. 소주의 도수를 내리려는 유혹을 피하기 어렵다.
주류협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17도를 기준으로 삼고 있는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의견은 많아 의견을 들어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