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전력이 정부가 펼치고 있는 내수활성화 및 규제개혁,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 정책에 모두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를 현대자동차그룹에 10조5500억 원에 매각하면서 부채감축 재원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부채감축을 위해 마련했던 돈을 투자 등 다른 용도로 쓸 수 있게된 셈이다.
한전은 오는 23일부터 전기요금 신용카드 납부 대상을 종전 계약전력 7kW에서 20kW까지 확대하고, 자체 규제개선 과제로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상카드사는 BC·삼성·국민·외환·신한·현대·롯데·하나SK·씨티·농협·수협·광주·전북 등 13개다.
한전은 총 109만 고객이 추가혜택을 받게 됨에 따라 전체적으로 약 95%, 농사용 고객의 96%, 일반용 고객의 88%가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전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현금이 부족해 전기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 신용카드 납부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공공기관 경영정상화 대책에 따른 부채감축 및 높은 수수료율 등으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전력 소비량이 많은 7kW 초과분까지 카드 결제를 허용하면, 한전이 카드사에 줘야하는 수수료가 늘어나 그만큼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전이 현재 카드사에 납부하는 수수료는 1.0~1.3% 수준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한전이 그동안 높은 수수료율을 이유로 전기요금 신용카드 납부대상을 법인 등으로 확대하는 것에 소극적이었으나, 이번 부지매각을 통해 부채감축 부담을 덜고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이같이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 정상화 정책을 펼치면서 공기업에게 부채감축을 요구하는 한편, 투자 등을 통한 내수활성화 및 규제개혁 정책을 펼치면서 경기부양에도 동참할 것을 유도해 왔다.
부채감축 중점관리 대상인 한전 입장에선 내수활성화 및 규제개혁 정책에 동참하는 것이 부채를 늘리는 측면이 있어 부담으로 작용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정부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례로 한전은 본사 부지 매각 낙찰자가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19일 전력그룹사 사장단 회의를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신산업 육성 정책이 조기에 안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정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또는 전기차 등에 모아둔 전기를 한전에 되팔 수 있는 등의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며, 한전은 지능형계량기(AMI) 설치 등 인프라 및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한전이 부지매각 자금을 부채감축에 사용한다고 해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세워둔 자산 매각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하면 자금 여력이 생기게 된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신산업 정책 등에도 역량을 모아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