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19일자 31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주부 정경자(38·여·가명)씨는 며칠 전 딸과 등산을 다녀오다 깜짝 놀랐다. 하산 도중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의 바지에서 생리혈이 비쳤기 때문이다. 초경이 시작된 것이었다. 또래보다 덩치도 크고 키도 큰 편이지만 생리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였기에 정씨의 충격은 컸다. 걱정돼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은 결과 ‘성조숙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나이에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성조숙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 질문코너에는 ‘초등학생 2학년이 생리하면 빠른 건가요?’라는 질문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박미정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간 성조숙증으로 치료받는 어린이 환자 수가 17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8세, 성별로는 여자 어린이의 발병률이 높았다.
성조숙증은 2차 성징이 여자 어린이는 8세 미만, 남자 어린이는 9세 미만에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성조숙증이 있는 여자 어린이는 8세 이전에 가슴이 나오거나 9세 이전에 음모가 자란다. 초경은 10세가 되기 전에 시작한다. 남자 어린이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고 음모가 자란다.
어차피 클 것 먼저 크는 게 좋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조숙증은 성호르몬 분비 이상에 따른 질환이다. 성조숙증이 있는 어린이들은 정작 남들이 한참 자라는 중·고등학교 때는 키가 자라지 않는다.
성호르몬의 작용으로 뼈의 성장판이 일찍 닫히기 때문이다. 남들에 비해 성장 기간이 짧은 셈이다. 초등학교 때는 작은 키가 아니었는데 어른이 돼서는 작달막한 성인들도 성조숙증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에 심리적으로 불안 증세를 겪거나 자신의 몸에 대해 수치스러워하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다.
주된 원인은 과도한 영양섭취와 운동부족으로 인한 비만이다. 체지방이 증가하면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렙틴은 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한다. TV·인터넷 등을 통해 야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등 성적 자극에 일찍 노출되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나 스트레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도 원인이다. 드물게는 성조숙증의 원인이 뇌종양인 경우도 있다. 이때는 심한 두통이나 시력저하 증상이 동반된다.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성장이 남들보다 약간 빠른 편인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속도의 성장인지 구분해야 한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되면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호르몬 분비를 유도하는 주사제로 치료받는다. 주사는 4주에 한 번씩 맞으면 된다. 여자 어린이는 주사를 맞으면 유방이 작아지고 월경도 사라진다. 남자 어린이는 고환이 작아지고 음경 발기나 자위 행위, 공격적인 행동이 줄어든다.
<성조숙증 예방법>
1. 살이 찌지 않도록 주의한다.
2.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3.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지 않는다.
4. 스테로이드 성분이 들어 있는 약을 장기복용하지 않는다.
5.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