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형마트 의무휴업..고객들 "취지 좋지만 불편"

최승진 기자I 2012.04.22 18:00:57

대형마트 고객들 `헛걸음`..재래시장은 손님늘어
대형마트-재래시장 고객유치 경쟁.."서비스가 답"

[이데일리 최승진 장영은 기자] "아이고, 헛걸음 했네" 22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이마트 미아점. 비가 내리는 심술궂은 날씨 사이로 굳게 닫힌 매장 입구엔 `이마트 미아점은 성북구 조례에 따라 휴점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비슷한 시각 경기도 광명에 있는 광명재래시장은 일요일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북적였다. 가게들은 장사 준비로 바빴고 신선한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의 부지런한 발걸음으로 시장 안팎이 활기를 띠었다.
 
 22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전국 단위 규모로 첫 강제 휴무에 들어갔다. 대형마트 114곳이 일제히 문을 닫았고 SSM 345곳도 휴무했다. 대형마트와 SSM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 휴업일을 정한 `유통산업발전법 시행령`이 지난 10일 공포됐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우 성북구·송파구·강서구·강동구에 위치한 대형마트 12곳이 첫 의무휴업을 실시했다. 업체별로는 이마트 5곳, 롯데마트 2곳, 홈플러스 5곳이다.
▲ 22일 이마트 미아점에서 한 고객이 마트 측이 붙여놓은 휴점 안내문을 읽고 있다.

◇대형마트 고객들 "불편"  
  
이날 오전 11시에서 12시 사이 이마트 미아점 앞에서는 50여명의 고객들이 의무휴업일을 모르고 매장을 방문했다가 발길을 돌렸다. 이마트 미아점에서 약 1.5km 떨어진 홈플러스 월곡점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들 매장은 포스터와 플래카드 등을 통해 의무휴업을 진행하지 않는 인근 매장을 안내했다.
 
대형마트를 찾은 대다수 고객들은 이번 의무휴업으로 불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이마트 미아점을 찾은 정모(55·여)씨는 "뉴스에서 얼핏 봤는데 오늘인 줄 몰랐다"며 "전통시장과 상생하는 취지는 좋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지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박모(57·여)씨는 "불편한 점도 있지만 지역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재래시장 모처럼 활기
 
이마트 미아점에서 약 2km 떨어진 장위전통시장에는 명절 대목 풍경을 연상시키듯 곳곳에 `대박세일`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실제 이곳에서는 정육·생선·과일 등 130여곳 점포 중 40여곳이 할인세일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12년 동안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이모(55세·여)씨는 "첫날이라 좀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전주 일요일과 비교하면 매출이 5~10%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두부가게를 운영 중인 손모(47세·남)씨는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광명시장의 oo 반찬가게 주인은 "주말이 제일 복잡한데 특히 오후가 되면 사람을 밀고 다닐 정도"라고 알려줬다. 실제로 정오가 다 돼 가면서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 22일 장위전통시장에서 대형마트와 SSM 의무휴업에 맞춰 할인행사가 열리고 있다.

◇ 방어책 vs 유인책
 
대형마트 업계는 이번 의무휴업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의무휴업 관련 조례가 통과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22개 매장에서 개점시간을 오전 9시로 한 시간 앞당겼다.
 
이마트는 매장 별로 고객의 요구가 있을 경우 개점시간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 청주점과 구미점은 의무휴업일과 상관없이 고객의 요구로 현재 9시에 문을 열고 있다. 롯데마트는 앞으로 의무휴업에 맞춰 할인 등의 내용을 담은 `스페셜쿠폰`의 발행을 늘릴 계획이다.
 
전통시장은 이번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장위전통시장은 앞으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인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에 맞춰 할인행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 시장 상인회 길희봉 회장은 "대형마트가 둘째 넷째 휴업에 들어간다고 하니 지속적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며 "금요일에 맞춰 반짝세일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서비스경쟁 시작 

전문가들은 앞으로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간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돌아본 광명재래시장의 경우 아케이드가 설치돼 있어 비가 오는 날씨에도 돌아다니는 데에는 큰 물편함은 없었다. 다만 시장이 워낙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차를 가지고 오기에는 불편했다. 시장과 통하는 길들은 차 두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지만 양쪽에 주차해 놓은 차들 때문에 한대가 지나가기에도 비좁았다.

이날 장위전통시장을 찾은 고객 박모(42세·여)씨는 "전통시장을 방문할 때면 주차 문제가 가장 큰 불편"이라며 "이러한 점을 해결하면 전통시장과 더 친숙해 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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