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 제공] “그렇게 열정적으로 응원했는데. 제 붉은악마 티셔츠는 장롱 안에 버려졌고 친구는 걸레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 김산(26)
“티셔츠에 담긴 열정과 열기가 월드컵 기간이 지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어요” - 조맹섭(32)
“제안을 처음 듣고 설렘이 들었습니다. 세상을 도울 수 있는 이 설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김도형(36)
세 남자는 얼마전부터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월드컵기간 동안 붉은악마 티셔츠의 기적’이 일어날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기 때문이다.내친김에 셋이 공동대표가 돼 단체도 만들었다. 이름은 ‘포유엔포미’(For You n For Me, www.foryounforme.com)라고 지었다.
포유엔포미는 월드컵 기간인 한 달만 입고 버려지는 응원티셔츠를 모아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전달하려는 캠페인 구호기도 하다. 마이클잭슨의 노래 구절을 따왔는데,‘당신과 나를 위해’라는 뜻이니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기부의 기쁨이 담겨있다.
세 사람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축구 없인 못 산다는 거였다. 이들은 또 광고업계에 몸담기도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홍보활동을 하다 처음 만났다는 조맹섭 씨와 김도형 씨의 사연도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여겼다.
캠페인에 대한 아이디어는 새로운 사업구상을 위한 첫 미팅에서 비롯됐다. 재미와 의미가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을 했던 터였다. 조맹섭 씨는 다니던 유명 외국계 광고회사에 과감히 사표도 냈다. 세 남자는 머리를 맞댔다. 낮술도 한 잔 기울였다. 화제는 이따금 이번 남아공월드컵으로 흘렀다.
그때 김산 씨가 버려지거나 장롱 속에 쳐박혀버린 붉은악마 티셔츠가 아깝다는 말을 했다. 세 남자는 ‘기부를 하면 좋겠다’는 해법을 함께 냈다.
이렇게 시작된 캠페인 구상은 단순히 상상에만 그치지 않았다. 캠페인 진행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전국에 가맹점을 갖고 있는 대형 커피전문점을 통해 티셔츠를 수거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어 국제구호단체를 통해 아프리카로 보낼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좋은 일이니 다들 나서서 일손을 거들어 줄 거라고 믿고 있다.
광고계에 몸담았다보니 홍보는 자신 있었다. 일단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파급력이 강한 트위터(@ForUn4me)를 이용했다.
UCC도 만들었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가 흔쾌히 출연해줬다. 박 변호사는 “붉은 티셔츠는 대한민국의 영혼입니다”라고 했다.
마케팅 전략은 적중했다. 이들의 트윗(게시글)은 급속도로 퍼졌다. 동참하겠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를 본 한양대 학생 50여명은 한걸음에 달려와 돕겠다고 했다. 모두가 고마웠다.
“4년 동안 숨겨졌던 월드컵의 에너지, 열정이 담겨 있는 티셔츠를 어려움에 처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보내 사랑을 전하고 싶었어요” 김도형 씨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며 희망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