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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류 갈린 APEC…韓, CPTPP·한중FTA로 실리 챙겨야”[만났습니다]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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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 기자I 2025.11.14 05:08:00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경주 APEC, 韓역사·문화 압도적으로 보여준 무대”
“보호무역 확산 속 CPTPP 가입으로 실리 확보해야”
“한중FTA 강화해 서비스·투자 등 협력 시너지 내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미·중이 전혀 다른 무역 방향을 드러낸 회의였지만, 한국이 다자주의와 공급망 안정을 내세우며 외교 복귀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흥종(61)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김흥종(61)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現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경주 APEC 성과와 의미’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 전 원장은 2020년 6월부터 2023년 9월까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했으며, 2021년부터 2024년 초까지 한국APEC학회장을 맡아 APEC 관련 정책 및 학술 협력 네트워크를 이끌었다.

김 전 원장은 “경주 APEC는 우리나라가 지닌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차별성을 압도적으로 보여준 무대였다”며 “외국 인사들이 ‘경주는 다르다’는 인식을 가졌을 정도로 한국 홍보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과 인접한 경주에서 열린 만큼 ‘한미 조선협력’이 자연스럽게 부각됐다”며 “캐나다 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한화오션 조선소를 손쉽게 방문하면서 60조원이 걸린 글로벌 잠수함 프로젝트 경쟁에서 한국 조선 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본회의)에 불참한 데 대해선 “APEC의 기본 정신이 무역·투자 자유화와 다자주의에 있는데, 이는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와는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신 미국은 이번 회의에서 ‘공급망 안정’을 핵심 의제로 부각시켰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경주 선언’은 전통적인 다자주의보다는 공급망 안정과 실질적 경제안보 협력에 초점을 맞춰 도출됐다”며 “이는 21개 회원국이 공급망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행동 원칙으로 합의한 상징적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APEC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민주주의와 외교 역량을 세계에 재차 각인시켰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또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지금이야말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추진할 적기”라며 조속한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CPTPP는 미국과 중국이 모두 빠진 유일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으로, 보호무역주의 확산 속에서 한국이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자 대외전략의 새로운 거점”이라며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넘어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 확보 외교’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원장은 “한국은 이미 미국이나 유럽연합(EU), 중국과 FTA를 맺은 상태여서 CPTPP 가입이 미뤄져 왔는데, 이는 당시 농·축·수산업 개방 부담이 컸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글로벌 보호무역 흐름 속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률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신뢰를 얻고 협력의 폭을 넓히는 전략적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일본의 태도 변화를 CPTPP 가입의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김 전 원장은 “과거 아베 정부 시절에는 한국 가입에 일본이 소극적이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중이 협정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일본도 더 이상 한국의 참여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한일 관계가 개선된 지금이야말로 가입 적기”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CPTPP 가입에는 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주요 농업국과의 협상에서 국내 농수산업의 양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과 산업보완 대책이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한중FTA의 서비스·투자 분야 후속 협상도 한국 통상정책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언급했다.

김 전 원장은 “2015년 타결된 한중FTA는 상품 중심이었고, 서비스와 투자 부문은 협상을 남겨둔 채 출발했다”며 “이 분야 협상이 지연되면서 디지털, 콘텐츠, 금융, 교육 등에서의 협력 시너지가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서비스·투자 협상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중국 내에서도 협상 가속화를 승인한 ‘톱-다운 신호’로 볼 수 있다”며 “이 기회를 살려 협상을 빠르게 진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한국은 CPTPP를 통해 미·중이 없는 고수준 무역질서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한중FTA를 업그레이드해 중국 시장과의 실질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며 “두 방향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야말로 ‘균형외교’가 아닌 ‘실리외교’의 완성”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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