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율주행 기술에서 최고로 꼽히는 스타트업 오토노머스에이투지(A2Z)가 일본의 종합상사 가네마쓰와 업무협약을 맺고 일본에서 상용화를 시작하기로 했다. 격려와 축하를 듬뿍 받아야 할 ‘기술수출’이다. 싱가포르와 UAE에도 진출한 이 회사는 이제 자동차 왕국 일본을 무대로 한국 자율주행 기술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릴 기회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선 유일하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기업 20위권에 오른 에이투지는 자체 개발한 레벨4 자율주행차 55대로 68만km의 누적 운행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유상 운행은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100억원가량 연매출도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실증 사업과 관급 연구 용역에서 나온다.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독립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제품이든 서비스이든 시장에서 판매로 승부를 걸고 여기서 매출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이 유망 스타트업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다.
겹겹이 중첩된 규제가 문제인 것이다. 명시적 허용 법규가 없으면 새 사업이 어려운 게 한국 현실인 데다 경찰청의 운행 허가제도, 지자체의 조례 문제 등 인허가 절차까지 겹치면서 국내에서 무인 자율 운행이나 유상 운송은 불가능하다. 사회주의 전통의 중국만 봐도 규제는 네거티브 시스템이어서 일단 새 사업이 가능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규제 제정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한국은 법 제도로 허용된 것만 사업이 가능한 포지티브 시스템이다. 드론 휴머노이드로봇 등 첨단 산업에서 중국이 기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 약진하는 것도 이런 규제 완화 정책에 기인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
최근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텍사스에서 자율 운행 로보택시 10여 대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앞서 시작한 구글 자회사 웨이모, 중국 바이두와의 경쟁에 테슬라가 가세한 것이다. 일본은 외국의 기술기업을 받아들여 무인 자동차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한국은 자율주행의 소프트웨어와 관련 데이터 처리 기술, 통신 인프라 등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낡은 법제와 퇴행적 행정 관행으로 인해 고급 기술을 묵혀버린다. ‘암 덩어리’ ‘손톱 밑 가시’ 같은 온갖 험한 말로 개탄하고 혁파를 외쳐도 변치 않는 규제 공화국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이제라도 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