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안 돼"…예상밖 큰 이견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이 전쟁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또 드러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제거한 이후 가자지구를 재점령할 수 있다는 점을 간접 시사하자, 이를 차단하고 나선 것이다. 두 나라가 동맹 사이임에도 예상 밖 큰 입장차를 보인 것이어서 추후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AFP 제공)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7일(현지시간) CNN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은 좋지 않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며 “이스라엘과 이스라엘 국민들을 위해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이 이스라엘과 그 문제를 놓고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커비 조정관 발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날 ABC와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정해지지 않은 기간에 걸쳐 전체적인 안보 책임을 가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직후 나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에 대한 재점령 가능성으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하자, ‘재점령은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언급은 하마스 제거 이후 이들을 대체할 팔레스타인 세력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자지구를 관리하겠다는 해석이 가능한데, 미국 입장에서는 그 기간이 길어지면 사실상 재점령과 다르지 않다는 것으로 읽힌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제시하는 방식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을 종결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가’로 인정해 이스라엘과 공존하도록 하는 ‘두 국가 해법’이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한 이후에는 하마스 이외에 다른 팔레스타인 세력에 가자지구 통치를 맡기라는 뜻이다. 커비 조정관의 이날 언급은 미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CNN은 “전쟁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 주간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또 다른 큰 입장 차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방이라고 해도 모든 뉘앙스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항상 모든 현안에서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때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한때 이스라엘 정착존까지 건설했지만 결국 2005년 완전히 철수했다. 그 뒤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제했다. 그러나 하마스가 2007년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PA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면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는 지지하되, 다시 PA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차를 두고 국제사회 분쟁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전쟁 수행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예상보다 훨씬 제한적”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계에 직면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