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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바이든 행정부는 부유층·대기업을 중심으로 10년간 5조5000억달러(약 7260조원) 규모 ‘부자 증세’를 추진할 계획이다. 상위 0.01%에 해당하는 자산가의 자산 증가분에 대해선 최소 세율만 25%에 달하는 이른바 ‘억만장자세(稅)’가 신설된다. 연(年)소득 40만달러(5억2800만원)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도 39.6%로 올린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1%로 낮췄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28%로 되돌아간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부유하고 거대한 기업들에 정당한 몫(세금)을 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며 “어떤 억만장자도 교사나 소방관, 여기 있는 여러분보다 세금을 적게 내선 안 된다”고 했다.
대신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예산안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서민·중산층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공공주택과 메디케이드(공공 의료보험), 보육시설, 대중교통 등 서민 지원 예산을 1조달러(약 1324조원) 늘렸다. 또한 축소됐던 저소득층 아동 세액 공제도 다시 확대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대적인 부자 증세를 추진하는 것도 이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방비 증강도 눈에 띈다. 이번 예산안에서 국방비는 8420억달러(약 1114조원) 책정됐는데 전년보다 3.2% 늘어난 액수다. 핵 억지력 증강·사이버 전력 강화 등이 핵심이다. 미 국방부는 국방예산 증액이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엔 60억달러(약 7조9440억원)가 책정됐다.
이번 예산안과 세제 개편안이 그대로 의회 승인을 받기는 쉽지 않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인 증세나 재정 지출 확대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금 인상은 답이 아니다”고 했다. 상원 예산위 공화당 간사인 척 그래슬리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4 회계연도 예산안은 재정 파탄으로 가는 로드맵”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반발 자체가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공화당에 맞서 정책적 선명성을 부각하고 서민층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예산안을 워싱턴 D.C.가 아닌 대선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발표한 것에도 같은 해석이 나온다. 정치 전략가로 일하는 카식 가나파시는 “이번 예산안은 좋은 국정 전략일 뿐 아니라 2024년(대선)을 앞두고 모든 민주당 지지층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영리한 정치”라고 W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