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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KT가 지난 7월 스타트업 육성의 메카로 만들겠다며 서울 관악구에 세운 ‘디지코KT 오픈랩’에는 공유오피스로 들어서는 초입에 스마트 좌석제 이용을 위한 키오스크가 있다.
내가 일할 좌석이나 휴게실, 락커를 실시간으로 예약하고 들어가는 방식인데, 키오스크를 손으로 직접 터치하지 않아도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사용자의 손동작을 인식해 원격으로 화면을 제어할 수 있다. 예약을 마치면 내 자리에는 명함꽂이만한 디스플레이에 자동으로 회사명과 이름이 표기된다. 이를 통해 쓸데없는 조명이나 냉난방 시설의 낭비도 없애고, 업무 규모에 따라 장소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회사 설립 2개월 됐지만, 대기업 계약도 척척
센터는 KT가 세웠지만, 이 시스템은 KT가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한다. 회사 설립 2개월 만에 KT의 선택을 받아 디지코KT 오픈랩에 입성한 AI 공간 디지털전환(DX) 스타트업 ‘파이미디어랩’이 개발해 구축했다. 입주 기업이지만 단순히 창업 공간을 쓰기 위해서만 이곳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KT와 협업한 연계 사업을 펼친 것이다.
회사 설립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파이미디어랩의 여병상(44) 대표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오랜 AI 개발 역량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거둔 성과다.
여병상 파이미디어랩 대표는 “3년 전 KT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간의 히트맵(점유율)과 이동경로를 분석해 제공한 것이 시작이었다”며 “사용자 제스처와 안면인식 기술로 나이, 신체 특징에 따른 교육 및 헬스케어 콘텐츠 제작도 협업했다. 이후로 쭉 저희가 보여준 가능성을 인정받아 디지코KT 입주로까지 성과가 이어질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여 대표는 LG전자에서 사용자경험(UX) 설계 업무를 맡던 중 카이스트(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 진학하면서 AI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창업을 준비했다. 2018년부터 직접 AI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개발을 진행했고, 이때부터 함께 한 동료 5명과 AI 전문기업 파이미디어랩을 올 5월 창업했다.
여 대표는 “AI솔루션으로 공간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게 저희 기술의 가장 핵심”이라며 “서울시 집값이 매일 오른다. 기업마다 오피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들을 위해 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적정한 공간사용은 얼마인지 측정하고 리포트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에는 현대자동차와 공급계약을 맺고, 조립공장 내 작업자의 위치를 파악한 알고리즘을 개발해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기술로 작업자 간의 안전거리 확보부터 돌발행동을 잡아낸다든지 근처에 위험 물질이 존재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인식이 힘든 야간 수풀에서도 고라니나 멧돼지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는 동물 움직임 검출 우선 알고리즘을 개발해, 야생동물의 이동괘적 및 진출입 시간 정보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KTX에 제공하고 있다.
여 대표는 “최근에 안타까웠던 쿠팡 화재사건도 CCTV가 인공지능화돼 있었다면 조기에 진압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AI 영상 기술은 스마트 오피스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압구정의 안다즈 호텔 로비에도 파이미디어랩의 기술이 숨어 있다. AI 카메라가 호텔 로비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표정과 동선에 반응해 맞춤형 콘텐츠를 미디어월로 실시간 재생해준다. 처음에는 20대 여성 취향의 미디어월을 꾸몄던 호텔이었지만, 분석 결과 30~40대 남성이 더 많이 찾는 것을 알고 경영 전략을 수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여 대표는 “이제 디지코KT에 갓 입주해 본격적으로 여러 사업을 수주하고 있는 단계”라며 “아직 엔젤투자도 없는 상태지만, 1년 뒤면 매출 50억원도 충분히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최신 AI 알고리즘 개발 인력들과 함께 회사 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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