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메르스 파동 당시 병·의원이 감염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환자는 급감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제약업계로 이어졌다. 감염을 우려한 환자들이 병·의원을 찾지 않자 의약품 처방도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 8일 쿠웨이트를 방문하고 국내로 입국한 A씨가 메르스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이 같은 악몽이 반복되지 않을지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메르스는 2주의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추석 전후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한 영업사원은 “3년 전에도 메르스 때문에 병원 매출이 급감했는데 올해는 환자가 확산되면 추석까지 겹쳐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파동 당시 제약사와 의약품 유통업체 매출은 평균 30%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단 회의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제약업계 피해 규모가 월 2500억원대 이상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협회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한 달 사이에만 매출이 전월대비 10% 감소한 1200억원 수준에 그쳤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도 메르스가 휩쓴 기간 두 달 동안 매출 피해가 1000억원에 달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메르스로 인한 제약업계의 피해는 의약품 매출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의약품을 팔아야 하는 영업사원은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탓에 감염 확산 등을 우려한 병·의원에서 출입금지 팻말을 내걸었고 업무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병원에서 진행해야 하는 신약개발 임상도 환자들이 방문을 꺼리면서 한동안 중단 사태를 겪어야 했다. 환자 감소로 병·의원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의약품 대금 결제를 미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제약사와 유통업체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이번 메르스 사태에는 정부가 발빠르게 대처하면서 이전과 같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9일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각 지역에 비상대책반을 마련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메르스 확진자 발생과 관련해 “늑장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며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영업을 위해 병원을 찾은 한 제약사 사원은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지만 아직 확산 기미가 없어서인지 평소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며 “더 이상 확진자가 퍼지지 않아 지난번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