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원동기 면허를 따려면 안전교육 등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정이 있어요. 오늘 오전부터 교육 받고 있는데 김승유 회장님 퇴임식에 늦을까봐 부랴부랴 달려왔습니다”
지난 23일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김승유 회장 퇴임식에서 만난 김종열(사진)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은 기자를 보자마자 지갑에 꼬깃꼬깃 접어놓은 오토바이 면허교육 시간표를 꺼내 보였다. 김 전 회장보다 하루 앞선 22일 퇴임식을 치른 그는 표정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김 전사장은 1977년 하나금융의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행, 35년을 김승유 전 회장과 일하며 하나은행을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로 키웠다. 불과 얼마전까지 김 전 회장의 후계자로 조명을 받았지만 그는 미련 없이 자발적으로 은행문을 나섰다. 이젠 은행원이 아닌 `자유를 추구하는 멋진 남성`으로 제2의 인생을 살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답변이었다.
“이젠 정직하고 꼼꼼한 은행원의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습니다.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국내외를 신나게 질주하는 자유로운 모습으로 살고 싶어요”
그는 이를 위해 면허를 따기도 전에 할리 데이비드슨부터 주문했다. 그는 “내가 워낙 오토바이를 좋아하는데 할리는 중년 남성들의 로망이지 않느냐. 뒤에 아내를 태우고 다니려고 한다”며 “일단 최대한 빨리 면허를 따서 내달엔 동네를 돌며 오토바이와 친해지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할리 데이비드슨을 타고 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며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에 높은 령(嶺)이 대관령, 미시령, 추풍령 등 10개 정도 있다고 하니 1주일에 하나씩 캠프를 치고 오토바이를 타며 모두 돌아볼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한 달간 일본 종주를 하고 호주, 뉴질랜드를 거쳐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LA)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려고 합니다”
김 사장은 특유의 화통하고 격의 없는 성격으로 직원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자연히 그의 퇴임을 아쉬워하는 직원들이 많다.
하나은행의 한 직원은 “김 사장님이 임원 전용이 아닌 직원들과 함께 만원 엘레베이터를 탔는데 8층에서 내려야 하니 좀 비켜달라며 힘겹게 내리셨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며 “영원히 가슴속에 깊이 새기고 본받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