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섹스 스캔들'을 일으킨 정치인의 아내는 죄인인가.
엘리엇 스피처(Spitzer) 미 뉴욕 주지사가 10일 자신의 성매매 의혹을 시인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아내 실다(Silda)는 죄인 같은 표정으로 옆에 서 있었다.
이에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블로그인 허핑턴포스트는 "그(실다)가 왜 기자회견에 나왔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고 네티즌들은 온라인에서 이 문제로 활발히 토론을 벌이고 있다.
뉴스위크는 11일, 섹스 스캔들 기자회견에서 아내들은 언제나 정치인 남편의 곁을 지킨다고 보도하면서 여기에 담긴 정치적 효과와 유형들을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효과는 아내의 강력한 지지로 동정표를 끌어내거나 의혹을 불식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래리 크레이그(Craig) 전 아이다호 상원의원이 공항 화장실에서 옆 칸의 남성에게 구애를 하다 경찰에 걸렸다. 크레이그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했을 때 아내 수잔(Suzanne)은 선글라스를 낀 채 확고하고도 근엄한 표정으로 말없이 남편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잔의 모습을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크레이그를 마녀사냥의 희생자로 여기게 됐다고 뉴스위크는 전했다.
스캔들을 '우리 둘 사이에서 해결할 일'이라고 못박아 넘겨버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7월 데이비드 비터(Vitter) 루이지애나 상원의원의 콜걸 스캔들이 터졌을 때 아내 웬디(Wendy)는 남편을 용서한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남편의 외도를 아내가 용서한다면 제3자가 더 이상 비난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 방법은 사건 파장을 차단하는데 꽤 효과적이다.
무조건 부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빌 클린턴 전 미국대통령의 스캔들이 터진 직후 힐러리 상원의원은 방송에 나와 "남편의 섹스 스캔들은 우파의 음모"라고 말했다. 1988년 민주당 예비선거 선두주자였던 게리 하트(Hart)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도 아내 리(Lee)는 "남편이 안 했다고 말하면 그의 말이 맞다"고 남편의 외도를 부인했다. 안타깝게도 이 두 스캔들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바람 피운 남편 곁에 서 있는 아내들의 마음도 편할 리는 없다.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을 줄곧 지지해온 힐러리는 자서전 '마이 라이프(My life)'에서 "스캔들이 사실이라는 남편의 고백을 들었을 때 남편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고 당시의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제임스 맥그리비(McGreevey) 전 뉴저지 주지사가 다른 남자와 외도를 해온 것이 밝혀졌을 때 남편 곁에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었던 아내 디나(Dina)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내가 웃는 건 웃는 게 아니었다"며 "고통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한편 미 FBI(연방수사국)에 따르면 스피처 주지사가 화대로 4만달러(약 3885만원)를 송금했으며 이 돈이 여러 계좌를 거친 점 때문에 돈세탁 방지법도 어겼다고 CNN이 12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