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현옥기자] 임금 인상 둔화와 치솟는 물가, 높아진 생활 수준 속에서 미국 중산층의 경제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 중산층은 물가에 비해 낮은 임금으로 예전보다 비싸진 수업료와 병원비, 연료비 등을 충당하느라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중산층의 가족 수입은 2000년 정점에 달한 이후 약 1000달러 정도 줄어들었다.
중산층의 소득 증가세는 상위계층에 한참 못 미쳤다. 미 중산층의 세후 가계 소득은 연간 5만200달러로 1979~2005년 사이에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상위 1% 소득자의 가계 소득은 100만달러를 웃돌아 세 배 증가했다.
대학 등록금도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돼 1993년 등록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졸업생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2004년에는 졸업생의 3분의 2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판 로즈 이코노미스트는 "여기에 늘어난 병원 치료비 등 다른 생활비를 추가할 경우 중산층의 부담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4년 인구조사에 따르면 미 전체 가구 중 16%는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했고 노후 설계를 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인은 약 50% 달했다. 미 근로자의 5분의 1만이 퇴직 연금에 가입했다.
여기에다 높아진 생활 수준이 미 중산층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보스톤 대학의 줄리엣 스코르 사회학자에 따르면 1991년 평균 33.7벌의 옷을 구입했던 미국인들은 2002년 48벌의 옷을 구입했다. 2005년 미국인들은 6300만대 이상의 컴퓨터를 폐기 처분했다.
해외 여행 건수는 1980년보다 두 배 증가했고 스포츠와 영화 등 다른 여가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많은 미국인들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주택 담보 대출 사용을 늘리기 시작했고 1970년대 11%에 달했던 저축률은 2005년 0%까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미 중산층의 생활이 앞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넬 대학의 로버트 프랭크 리서치 담당자는 "앞으로 미 중산층의 빚은 더욱 늘어나고 중산층은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소재 리서치 그룹인 디모스의 타마라 드라우트 경제 정책 분야 담당자는 "많은 중산층 주택 보유자들은 늘어나는 병원비와 교육비 등을 떨어지는 집값에서 얼마나 더 쥐어짜내야 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