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와 여당이 발표한 반복 담합기업에 대한 ‘시장 퇴출’ 방안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법조계 관계자가 내놓은 우려다. 담합기업을 시장에서 내보내면 경쟁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남은 일부 기업이 독과점화해 경쟁을 오히려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시장 퇴출의 파장을 외면했던 것은 아니다. 법안을 설계하면서 업종별 시장 구조와 서비스 공백 가능성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달리했다. 사업자를 곧바로 퇴출하면 공급 차질이나 소비자 불편이 우려되는 업종에는 등록취소 대신 영업정지를 택했다. 다만 이 같은 제재로 시장 참여자가 줄어, 경쟁이 위축될 가능성까지 충분히 고려했는지는 의문이다.
물론 담합은 기업들이 경쟁을 피한 대가를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시장의 경쟁을 해치는 중대한 위법행위다. 담합을 되풀이하는 기업에 더 무거운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다.
그러나 제재의 목적이 시장 내 경쟁 회복이라면 퇴출 이후의 시나리오도 살펴야 한다. 영업정지로 공급자가 줄면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뒤따를 수 있다.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은 직원들의 생계도 외면할 수 없다. 퇴출이라는 부담이 담합 적발의 중요한 단서인 자진신고(리니언시)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담합 기업을 퇴출하려다 오히려 경쟁을 위축시키고 담합 적발마저 어렵게 하거나, 근로자 등 제3자에게 피해를 떠넘겨서는 안 된다.
제재 대상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달린다. 민생 담합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설탕·밀가루 제조업은 정작 17개 업종서 빠졌다. 같은 반복 담합이라도 어느 업종에서 벌어졌느냐에 따라 퇴출 가능성과 처분의 무게가 갈리는 셈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주요 경쟁당국에서도 선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를 추진하면서, 정책적 논의가 충분했는지 의문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비례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며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담합을 억지하고 엄벌해야 한다는 당위만으로 시장에 칼을 휘둘려선 부작용만 낳는다. 반복 위반의 기준과 원칙을 명확히하고, 처분 역시 시장 경쟁 저해나 형평성, 위헌 논란이 일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시장 퇴출’이라는 칼날이 담합을 겨누다 시장의 경쟁까지 해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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