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22일부터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치매·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재산관리에 어려움이 있거나 향후 어려움이 예상되는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공단이 신탁 방식으로 재산을 관리해 생활비·요양비·의료비 등을 계획적으로 집행하는 사업이다. 복지부는 국민연금공단과 치매안심센터가 신청만 접수하면 이후 상담, 재정 계획 수립, 계약 체결, 재산 관리·지출은 모두 공단이 맡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현장의 시각은 다르다. 신탁 계약서에는 공단의 재산 관리뿐만 아니라 타인 계좌 지출 증빙 등 배분 계획 집행을 돕는 ‘지원인’과 치료 및 요양시설 입소 등 주요 신상 결정을 대신할 ‘대리인’을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문제는 공단이 재산을 관리하더라도 실제 지출 과정에서는 지원인의 역할이 계속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장에서는 결국 가족이나 후견인 등이 이를 맡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기존의 ‘치매 공공후견제’와 실질적인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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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공공후견은 지방자치단체장이 후견인을 물색해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하고 선임 이후 활동을 지원하는 제도다. 대상자 발굴부터 가족 설득, 법원 심판 청구, 후견인 연계 뿐만 아니라 선임 이후 법원 보고와 회계 정산 지원까지 센터가 사실상 전 과정을 맡고 있어 행정 부담이 과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견인 선임 절차 자체가 장기간 소요되는 점도 걸림돌로 지목된다. 치매 환자들이 이용하는 성년후견제도(치매 공공후견)의 경우 심판 청구 이후 법원의 최종 결정까지 평균 3~6개월이 걸린다. 가족 간 분쟁이나 재산관계가 복잡한 경우에는 이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설명이다.
복지부는 법원과 협의해 후견인 심판 청구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절차 단축에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성년후견은 한 번 시작되면 피후견인의 판단 능력이 회복되거나 사망으로 종료될 때까지 장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어서다.
실제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가 대법원 사법연감 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후견(감독) 사건은 2013년 1883건에서 2024년 1만 8055건으로 급증하며 누적 사건 수는 14만 6045건에 달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성년후견은 피후견인이 사망할 때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감독 사건이 계속 누적된다”며 “법원이 후견 개시 필요성과 재산·신상 보호 여부를 직접 심리해야 해 심판 기간을 단기간에 줄이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대상 설정을 두고도 현장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B구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는 “현재 센터를 통해 후견인을 지정받는 대상자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저소득층”이라며 “월 80만~90만원 수준의 급여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공단의 신탁 관리가 꼭 필요한 사례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치매 환자에게는 활용 가능성이 있겠지만, 실제 공공후견 제도를 이용하는 주요 대상군과는 다소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복지부는 현장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 공공후견처럼 센터가 장기간 재산관리와 감독을 수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계약 체결을 위한 ‘계약형 후견’에 가깝다”며 “후견인이 신탁 계약 체결 이후 활동을 종료하는 경우 3개월 정도면 절차가 마무리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제는 공단이 재산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센터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며 “업무 과중 우려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공공신탁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센터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하고 이에 맞는 인력·예산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광열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치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접하는 기관이 센터인 만큼 공공신탁 사업에서도 역할이 상당 부분 요구될 수밖에 없다”며 “안심센터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설정하고 이에 맞는 예산과 인력을 함께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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