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지난달 3일부터 33거래일째 연속 순매도했다. 역대 최장 외국인 순매도다. 이 기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 12조 9394억원치를 팔아치웠고, 이에 따라 주가는 5만 5900원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지난해 1월 3일 종가인 5만 5400원 이후 1년 9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데엔 올 3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9조 1000억원으로, 이는 시장 기대치였던 10조 7700억원을 18% 이상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잠정실적 발표에서 수요가 둔화하는 레거시(범용) 메모리 비중이 크다는 점이 리스크 요인으로 떠올랐다.
또 HBM(고대역폭메모리) 5세대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위한 품질 테스트 승인이 지연되면서 경쟁사들보다 HBM 부문에서 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점도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이례적으로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사업화가 지연됐다”고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이와 비교해 SK하이닉스(000660)는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으로 꼽히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 기간 SK하이닉스 주식 7835억원치를 순매수했다. 여기에 올 3분기 연결 영업이익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7조 3000억원을 기록하면서 주가도 3개월 만에 재차 20만원선을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열풍에 수요가 급증한 HBM,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늘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동안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던 모건스탠리가 단기 실적 전망을 수정하며 목표주가를 상향한 점도 주가 강세에 뒷받침이 됐다는 평가다.
◇코스피 내 시총 비중 격차, 13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아
이처럼 외인 수급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엇갈리면서 두 종목 사이의 시가총액 격차도 차츰 줄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삼성전자의 보통주 시가총액은 333조 710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인 2105조 6510억원의 15.9%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2016년 6월 14일(15.79%) 이후 8년 4개월 만의 최저치다.
같은 날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46조 3280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시총의 6.95%를 차지했다. 올해 7월 16일(7.25%) 이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차이는 187조 3820억원으로 2019년 1월 8일(184조 3510억원) 이후 5년 9개월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좁혀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차이가 줄어든 만큼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 차이도 8.9%포인트로 집계되면서 2011년 7월 18일(8.84%포인트) 이후 13년 3개월 만에 가장 작은 격차를 나타냈다. 2011년 7월 18일 당시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내 시가총액 비중은 각각 9.97%, 1.13%였다.
당분간 SK하이닉스가 안정적인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두 기업 사이의 시가총액·코스피 내 비중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출하량·가격이 확정됐다며 HBM 실적이 내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SK하이닉스의 실적 안정성은 경쟁사들 대비 훨씬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실적발표에서 실적 우려와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8일 선공개된 잠정실적 쇼크 이후 투자심리가 악화했고, 기업 내부의 위기론 확산으로 신저가를 경신하고 있다”며 “실적 가이던스(전망)와 질의응답을 통해 반등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