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삼성동 오크우드호텔에서 열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제2차 미래인구포럼에 주제발표자로 나선 정현숙 한국방송통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세계은행이 발표한 2021년 기준 세계 각국의 합계출산율에 따르면 2.1명 미만인 국가가 212개국 중 절반에 가까운 100여국이나 되지만 1.0 미만인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타이완 홍콩 등 3개국에 불과하다”며 “한국 사회가 가족을 형성해서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일본은 출산율 저하가 기혼 부부의 자녀수 감소로인한 것인지, 미혼 여성이 늘어서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와사와 미호의 분석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합계출산율 저하의 70%는 미혼율 증가로 인한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것보다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며 출산율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0년에 일본의 생애미혼율(50세까지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의 비율)은 남성이 28%, 여성이 18%나 됐다.
정 교수는 “일본은 장기불황 타개법을 인건비 축소에서 찾았고 비정규직을 대폭 허용하면서 비정규직가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며 “비정규직의 경우 연령이 올라가도 임금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보니 20대 초반 정규직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크지 않지만 50대가 되면 2배 이상 차이난다. 그래서 미혼 청년이 대폭 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35~39세 일본 남성 비정규직 미혼율은 71.6%로 정규직(26.8%)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여성은 반대였다. 1986년에 남녀고용기회균등법 시행과 여성의 고학력화로 커리어를 추구하는 여성이 늘며 결혼을 미루거나 자녀를 적게 낳거나 낳지 않는 선택을 하는 여성이 생겨났다. 여성의 고학력화와 경제활동 증가로 35~39세 정규직 여성의 미혼율은 36.9%로 비정규직(20.3%)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국 일본 사회는 남성 비정규직이 늘고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며 결혼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일본 정의는 결혼하지 못하는 젊은이의 문제를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 해결에도 소극적이었다”며 “사회보장제도가 고령자에 편중돼 현역세대를 위한 사회진출 비중이 프랑스나 스웨덴 보다 낮았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의 소득을 늘리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인식하는 건 맞지만, 구체적 방안이 부재해 일본의 저출산 정책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 상황은 더 열악하다.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1990년대 다산에서 소산으로 전환한 한데다 미혼 세대가 급격히 늘며 저출산이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 일자리가 일본보다 훨씬 적고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일본 중소기업보다 열악한 상황”이라며 “가장 도전적 에너지가 넘칠 청년세대가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꿈을 펼치지 못하면 국가는 성장, 발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지원받는 사람이 제한적인 지원책은 의미가 없다”며 “굉장히 파격적이고 예측가능성 있는 지원이 있어야 청년세대의 마음을 얻어 이들도 인생계획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