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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직후 러시아를 방문했던 시 주석은 이후 중국에서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라질 정상들과 베이징에서 회담을 진행했다. 친강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장관) 역시 지난 13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제4차 아프간 주변국 외무장관 회의 참석 계기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별도 양자 회담을 진행하는가 하면, 중국을 찾은 일본·독일 외교장관과 만났다. 친 부장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20일까지 프란시스코 부스티요 우루과이 외교장관이, 살름싸이 꼼마싯 라오스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이날부터 18일까지 중국을 공식 방문한다.
특히 지난 12~15일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노골적인 ‘친중’ 행보를 보여줬다. 경제사절단 200여명을 이끌고 간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BRICS, 중국·브라질·러시아·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가 설립한 상하이 신개발은행(NDB) 본부를 찾아 달러 기축통화 체제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가 하면, 미·중 무역 갈등을 상징하는 중국 장비통신업체 화웨이 연구개발(R&D) 센터를 방문했다.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에 대한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자국 통화를 통한 무역 강화를 비롯해 경제·정치·산업 등 대부분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이달 5~7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표면적으로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 논의를 내세웠으나, 기업인 50여명과 동행해 시 주석과 서로 굵직한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후 마크롱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국이 강조하는 ‘유럽의 전략적 자주성 추구’를 언급해 일부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국 BBC는 중국의 치열한 외교전과 관련해 미국 등 서방의 고강도 견제로 점점 더 포위되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미·영·호주 군사협력체인 ‘오커스’나 미·일·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쿼드’ 등을 국방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회의에서 “미국이 이끄는 서방 국가들의 중국에 대한 전면적인 봉쇄 및 억압으로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도전을 초래했다”고 이례적으로 미국을 공개 비난했다.
이안 총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소속 정치학자는 “중국은 지난 1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과 나토 유대 강화를 계기로 미국의 강력한 동맹국들을 재확인했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봉쇄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교전을 펼치고 미 패권에 대한 대안으로 ‘다자주의’를 내세우는 이유”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자국과 경제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국가에 관대한 태도를 취하지만, 대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의 만남에 반발해 대만 해협에서 고강도 군사 훈련을 실시하는 등 외교에서 비둘기파와 매파 기조를 병행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중국 전문가인 닐 토마스는 “중국은 대만 문제에 있어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한편 긍정적 측면에서 중국의 외교적 존재감을 부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더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대만 공격 능력에 대해 우려할수록 2가지 목표 사이에서 중국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