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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헝다그룹의 부채는 1조9700억 위안(약 335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의 헝다그룹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디폴트 우려 확산이 시작, 6월 이후 중국 헝다그룹의 주가와 회사채 가격이 급락세를 보여 왔다는 점도 헝다발 유동성 위기의 전초였던 셈이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3일 “헝다그룹 관련 우려가 증폭된 것은 300조원의 부채를 보유한 거대기업이 부도나면 리만 리만 사태처럼 금융기관의 거래상대방위험이 커지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계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헝다그룹 이슈는 여전히 개별적인 이슈에 가깝고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우선 중국 관련 크레딧 시장이 안정적이라는 점을 들었다. 해외에서 거래되는 중국 달러채에서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부동산 하이일드 가격은 헝다이슈로 급락했지만, 투자가능등급인 채권 가격은 최근 노이즈에도 안정적이란 평이다. 또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 중 부채구조가 우량한 기업의 주가는 반등하는 모습이고 부실한 기업만 급락하면서 주가 디커플링을 보였다는 점도 개별 이슈로 보는 배경으로 꼽았다. 또 헝다그룹의 부채가 중국 전체 상업은행 대출 잔고의 1%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시스템 위기로 번질 우려를 낮게 보는 이유로 들었다.
김준용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6대 국유은행의 6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6.3%로 최소기준 11.5%를 훌쩍 넘어서고 있는데다 6조8000억위안(1243조원)의 자본 완충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헝다그룹의 부채 1조9600억위안(358조원)이나 WMP 상품(자산관리상품)을 포함한 부외부채(회사 장부에 계상되지 않은 부채)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그때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리만 브라더스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유동화한 금융상품을 판매한 한편, 헝다는 부동산 개발을 목적으로 만든 상품으로 레버리지율에서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난다”며 “헝다 프로젝트는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제3자가 인수받는 방식으로 연속성이 보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헝다 이슈를 예의주시하되 과도한 공포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헝다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중국발 기업 부실 우려는 부동산 디벨로퍼를 중심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큰 만큼, 중국발 변동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박석중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화사싱푸(華夏幸福)를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디벨로퍼 274개가 파산을 신청했고 뤼디(綠地) 등의 대형 업체도 원리금 상환 압력에 처해있다”면서 “로컬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 기업 120여 개 기업 중 절반 가까이 현재 적자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과거 2016~2018년 과잉 산업 구조조정과 디레버리징 정책도 2년간의 수요 부진과 금융시장 변동성을 동반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단기 이슈로 중국발 위험을 덮어 둘 수 없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향후 중국 정부가 개입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올해 부동산 개혁 정책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헝다의 디폴트가 기정사실화됐다”며 “이제 공은 다시 중국 정부로 넘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은 2022년 2월 동계 올림픽 개최, 가을 최고 지도부 교체를 앞두고 있다”며 “해당 이벤트의 무난한 진행을 위해서는 경기와 금융시스템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데 중국 정부가 최근까지 ‘규제 강화’라는 채찍질이 많았던 만큼 경기부양책 제시라는 당근이 뒤따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변동성 확대를 매수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 상승추세를 지지하는 펀더멘털(기초체력) 동력이 견고한 가운데 코스피가 현재 저평가 국면에 위치해 있다”며 “연말 소비 모멘텀과 재고축적 수요 등을 감안해 반도체와 IT 가전 등에 대한 비중확대가 유리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