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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반환 요구 확산…코로나19 `개강 연기·인강` 법적 책임은

남궁민관 기자I 2020.03.21 12:30:20

코로나19 여파 국민청원 10만 4000명 돌파
규칙상 月 또는 학기 기준…2주 휴업 반환 안돼
"강의 질 하락 증명 어렵고, 대학에 책임 묻기 어려워"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온라인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 수준보다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존보다 질적으로 강의 수준이 떨어지기 때문에 학생들은 등록금 인하로 이에 대해 일부 보상 받을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가 대학가를 덮친 가운데, 각 대학들의 뒤늦은 개강과 온라인 강의 대체 정책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대학생이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같은 주장을 담은 `대학교 개강 연기에 따른 등록금 인하 건의문`에는 21일 오전 현재 10만 4000여명이 동참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서울 주요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실시한 지 이틀 째인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카페에서 대학생들이 노트북을 이용해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거세지는 등록금 반환 요구…法 “월·학기 단위만 가능”

접속 불량, 강의질 하락 등 온라인 강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대학들을 상대로 한 등록금 반환 소송까지 거론되고 있다. 반값등록금국민운동본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예술대학생네트워크와 청년참여연대 등 관련 학생시민단체들은 지난 1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이들의 대학 등록금 반환 요구가 실제 법정 공방으로 옮겨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소송을 통해 대학 등록금을 반환 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개강 연기에 따른 휴업이 2주간이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환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 대학 등록금 규칙 제3조 제5항은 `학교의 수업을 전학기 또는 전월의 전 기간에 걸쳐 휴업한 경우 방학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해당 학기 또는 해당 월의 등록금을 면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휴업 기간이 한 달 이상일 경우 월 단위로 등록금을 반환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또 교육부령인 학교 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 제6조 제3항에 따르면 일단 납부한 수업료 등은 본인의 질병 또는 사망,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학업을 계속할 수 없을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그 사유 발생 시점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실시하는 현 시점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등록금 계약이 무효, 취소, 해제되지 않는 이상 부당 이득으로 인한 반환은 어렵고 교육부령에 따르더라도 전학기나 전월의 전 기간 휴업한 경우에 한해 감액하도록 돼 있으므로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설명했다.

반값등록금 운동본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예술대학생네트워크, 청년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과 대학생들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등록금 환불, 학자금 대출금리 인하, 학내 민주주의 강화 등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온라인 강의, 질 하락 문제 삼을 순 없나

온라인 강의 질 하락을 문제삼아 대학 등록금 계약 자체를 무효, 취소, 해제해 반환받는 것은 가능할까.

현재 각 대학들은 교육부 지침에 따라 △강의를 사전 녹화해 유튜브 링크 또는 MP4 파일을 배포하거나 △실시간으로 온라인 화상 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고화질 카메라와 전자칠판이 없는 경우 사실상 화면이 선명하지 못하고, 후자의 경우 각 대학이 확보한 서버 폭주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등 여러 문제점을 보이고 있는 마당이다.

한 공립대 교수는 “판서하면서 강의하는 인문계열의 경우 학원 `인강`과 같이 그나마 수업이 가능하지만, 이공계 및 예체능계의 경우 실험과 실습, 토의 중심의 수업이 강조돼 어려움이 크다”며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 역시 아무런 기반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자비로 장비를 구입해 익숙하지 않은 강의 1~2주 만에 만들어 내야하는 상황이라 불만이 크다”고 전했다.

교육의 질을 문제로 등록금을 일부 반환 받은 사례가 없지는 않다. 지난 2013년 수원대 학생들은 학교의 재정상태가 나쁘지 않은데도 교육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며 등록금을 반환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상고심 끝에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등록금 반환 문제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현재 실시하는 온라인 강의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려울 뿐더러, 이를 증명하더라도 대학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게 이유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원대 사건의 경우 등록금을 받아 부당하게 적립금이나 이월금 명목으로 재단에 쌓아둔 불법행위가 구성됐다”며 “시설 설비 미비 정도가 현저해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보여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온라인 강의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외 없이 실시할 수 밖에 없는 실정으로, 수원대 사례처럼 각 대학에게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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