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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전설비 확대에…비수기 '노는 설비' 급증

남궁민관 기자I 2019.01.08 08:14:48

수요 최대치 맞춘 발전설비 확대…낭비도 심화
업계 "효율적 전력 사용 위한 수요관리 더 시급"
DR 정상화 및 전기요금 현실화 목소리 커져

(자료=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 중인 정부가 전력 수요관리에 소홀한 채 지나치게 발전설비를 늘리는 공급 위주의 정책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관리가 선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히 최대 전력수요에 맞춘 발전설비 확대는 비수기 발전설비 낭비는 물론 왜곡된 전력 소비구조를 야기한다는 비판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매년 연중 전력수요 최대치 증가세에 따라 발전설비 확대에 집중하면서 전력수요 비수기 발전설비 낭비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연중 전력수요 최대치는 7월 24일 92.5GW를 기록, 2008년 62.8GW 대비 10년 새 29.7GW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연중 전력수요 최저치는 36.6GW에서 48GW로 11.4GW 수준 증가했다. 그만큼 연중 전력수요의 최대치와 최저치간 차이가 커진 셈이다.

이는 곧 비수기 발전설비 낭비를 야기한다.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은 119GW로, 이중 즉시 가동이 가능한 발전설비용량(고장 또는 예방정비 제외) 99.5GW였다. 이에 공급예비력은 연중 최대 전력수요시 7.1GW에 그쳤지만, 최저 전력수요시 무려 66.1GW로 늘어났다. 사실상 절반이 넘는 발전설비가 유휴상태에 놓인 것이다.

공급보다는 수요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봄과 가을처럼 전력수요가 낮을 때는 우리나라 전체 발전설비 중 절반 이상이 유휴설비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더 이상 대형 발전설비를 통한 공급 위주의 전력수급 대책 보다는 효율적으로 전력을 쓸 수 있도록 유도하는 수요관리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는 블랙아웃 우려 및 전기요금 인상 등 탈원전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수요관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당장 효율적인 전력 수요 관리를 위해 2014년 11월 개설된 DR(수요자원거래) 시장은 비정상적인 운영 실태를 보이고 있다.

DR 시장은 공장, 빌딩 등 소비자가 전력수요가 높을 때에 전력거래소의 급전지시에 따라 자율적으로 전력소비를 줄이는 제도다. 전력수요가 88.3GW을 넘어서고 예비력이 10GW 밑으로 떨어지면 DR 발동 요건이 충족된다. 총 3500여개 업체가 참여 중이며 감축할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은 4.2GW다.

실상 지난해 여름 총 7번의 DR 발동 요건이 충족됐지만 단 한차례도 발동되지 않았다. 지난해 국감에서는 DR시장 개설 이후 지난해 8월까지 DR 시장 급전지시 실적이 14%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심지어 정부는 DR을 발동하지 않더라고 참여기업들에 급전지시 대기를 이유로 기본 정산금까지 지급해야하며, 지난해 마땅한 DR 실적이 없이 약 1800억원을 지급한 마당이다.

다른 발전업계 관계자는 “DR 시장만 정상적으로 가동되도 전력예비율 약 4%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소 4조2000억원에 상당하는 발전소 건설비용을 아낄 수 있는데 되레 정부는 발전설비을 더 지으려고만 한다”며 “이런 마당에 산업용 전기요금 현실화는 입밖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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